“시민참여 소통행정, 자치분권 핵심 ‘시민의 정부’ 완성”

파티는 끝났다. 민선 7기 대전시정이 시동을 걸었다. 몸 풀기를 끝냈으니 이제 신발 끈을 조여 맬 시간이다. 인수위를 통한 워밍업도 슬슬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허태정(52) 대전시장 당선인은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그가 그린 민선 7기 대전시정의 모습을 살짝 들여다봤다.

◆ 나라는 문재인, 대전은 허태정
대전 유성구를 8년간 경영한 젊은 정치인이 6·13 지방선거를 통해 대전시장으로 당선돼 그의 커리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 같은 당 소속 전임 시장의 중도하차로 기회를 잡았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당내 후보 경선 과정도 그렇고 본선 무대에서도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었지만 극복해냈다. ‘문재인 바람을 타고 시장이 된 운 좋은 정치인’이라는 일각의 평가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지만 허 당선인은 그렇다고 극구 부인하지도 않는다.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현직 대통령과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뛴다는 건 결코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없고 대전시의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의 결과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국민의 명령이었고 이번 지방선거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낡음을 떨쳐버리고 지방정부다운 지방정부를 만들라는 유권자의 준엄한 요구가 반영됐다고 봅니다. 낡은 시대정신엔 강력한 경고를, 진정한 자치분권시대를 향한 시민의 정부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엔 표를 주신 거죠.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민심에 부응하게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습니다.”

◆ 지방자치·자치분권 싹 틔울 밑거름
이번 지방선거는 ‘지방 없는 지방선거’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위시한 ‘한반도의 봄’ 무드가 지방선거 이슈를 다 잡아먹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게 있다. 지방자치·자치분권 역량이 그만큼 수준 미달이라는 것을 이번 선거를 통해 확실히 인식하게 됐다는 거다. 지방자치의 틀을 공고히 하고 자치분권의 싹을 틔우는 일이 민선 7기에서 더욱 중요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민 참여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지방자치 역량을 높이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참여가 없는 자치분권은 있을 수 없죠. 시민이 주인 되는 지방정부, 지방자치의 업그레이드를 꼭 이뤄낼 것입니다. 그 일환으로 정책자문기구 역할을 하는 새로운 대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시민참여예산제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시민참여예산제는 허 당선인이 유성구청장 재직 시 가장 공을 들인 정책 브랜드로 꼽힌다. ‘같이 써서 가치 있는 우리 동네 공구도서관’ 같은 사업이 대표적이다. 주민이 실생활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을 제안하고 여기에 예산을 쓴다는 점에서 시민참여형 자치의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 했다. 이를 통해 지역공동체 형성과 문화 공유 등 공동의 가치 형성 역량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민이 주인 되는 시정의 가장 큰 공약사업이 바로 200억 원 규모 시민참여예산 운영입니다. 시민제안공모사업을 확대해 시민이 200억 원의 예산을 직접 편성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시민배심원제와 공론조사, 타운홀 미팅 등 숙의 민주주의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예산바로쓰기시민감시단 운영, 시민참여 정책제안 플랫폼인 시민시장실 개설 등도 추진해 지방자치 역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습니다. 대전시의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시민의식도 높아지고 ‘자신의 지방정부’에 대한 인식도 커질 것으로 믿습니다.”

◆ 자치분권 개헌에 시민역량 결집
문재인정부는 국가·정부가 기획하면 지자체는 따르는 국정운영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겠다고 선언했다. 저출산·고령화·실업난 등 사회 문제의 유형과 원인이 지역에 따라 다르고 그래서 해법도 다를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지자체에 하달하는 이런 구시대 행정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거다. 이 같은 문제인식에 대한 처방을 담은 자치분권 개헌안을 청와대가 제안(대통령 공약)했지만 국회 파행으로 빛을 보지 못 했다. 자치분권 개헌은 ‘일시정지’ 상태다.

“자치분권 개헌을 완성하는 것은 촛불민심의 반영이기도 합니다. 대통령 개헌안이 야당의 당리당략 때문에 표결 자체가 무산된 건 정치권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입니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방분권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이제 지자체가 아니라 명실상부 지방정부로 거듭나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행정수도를 헌법에 명문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대전시장으로서 개헌에 대한 시민의 열망을 모아내 개헌을 성사시키겠습니다.”

◆ 고른 성장, 더불어 행복한 대전
지난 보수정권 10년 세월에 가려져 있었던 균형발전 역시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균형 잡힌 성장의 필요성이 다시 가치 부여를 받고 있다. 균형발전은 지방분권의 이유이기도 한데 지역 내 균형발전도 대전시정의 큰 과제로 남았다.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으면 전체가 앞으로 나갈 수 없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국가 전체로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중앙과 지방의 불균형이 심각하고 대전 안에서도 이 같은 격차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원도심 살리기입니다. 보문산 일원 체류형 관광단지 조성과 야구장 신축이 핵심인 베이스볼 드림파크 조성, 중앙로 소셜벤처특화거리 조성, 대전시립의료원·공공어린이재활병원·공공산후조리원 등 사회복지지설 조성 등의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것도 바로 그런 차원입니다. 원도심이 새로운 생명을 얻어야 대전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원도심 활성화와 관련한 공약사업들은 모두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원도심을 대전 신경제의 중심지로 도약시키고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특화 발전 전략을 통해 전체적인 고른 성장을 이끌어간다는 복안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또 다른 중심축은 ‘4차산업혁명특별시 완성’입니다. 과학도시 대전의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어가자는 것입니다. 대덕특구를 기반으로 4차산업혁명을 촉발시켜 그 동력을 원도심으로 전이시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대전세종밸리 스타트업 타운 조성과 대덕특구 성과사업화 융합연구혁신센터 건립, 신수도권 상생도시연합을 선도할 제2대덕밸리 조성, 미래철도 ICT산업 클러스터 조성, 도전과 혁신의 배움터가 될 실패박물관 조성 등이 4차산업혁명특별시 완성의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사례’를 만드는 자세로 도전!
실행능력을 담보하지 못한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에 그칠 수밖에 없다. 허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약속한 공약이 공허한 메아리,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라 확실한 미래의 주춧돌이 되려면 도전정신과 빈틈없는 논리로 무장해야 한다. 대전시 조직과 인사 운용에 결함이 생겨선 안 되는 이유다.

“인수위에서 대전시 공무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이들에게 얘기한 것이 있습니다. 선례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빠져나갈 구멍을 찾기 위해 사례를 찾지 말고 대전에서 새로운 사례, 선레를 만들어낸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행정을 하자고 주문했습니다. 이런 도전적인 행정만이 대전을 새롭게 바꾸고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조직과 인사 운용 측면은 정확하게 진단하고 심사숙고 할 것입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적재적소(適材適所)를 통해 도전적으로 일하는 공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은
1965년 8월 17일 충남 예산에서 태어났다. 대전 대성고를 졸업(29기)하고 충남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행정관과 과학기술부총리 정책보좌관 역할을 수행한 뒤 대전 유성구에서 정치경력을 쌓았다. 민선 5기 유성구청장으로 당선(2010년)됐고 재선에 성공하면서 당내 입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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