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독일 완파 조3위 월드컵 마감
유종의 미 거뒀지만 허점도 보여
축구협회 체질 개선·혁신 요구도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장도(壯途)에 올랐던 신태용호가 마지막을 기념비적 승리로 장식했다. ‘통쾌한 반란’을 꿈꿨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도전이 막을 내린 가운데 탈 많았던 이 과정을 지켜 본 지역민들은 1%의 기적 같은 드라마를 쓴 대표팀에 격려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론 한국축구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이대론 안 된다’고 혁신을 주문하며 4년 뒤에 희망을 덧댔다.

4년 만에 돌아온 2018년의 월드컵은 트릭으로 시작해 감격적인 쇼크를 선사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F조 조별예선 첫 경기, 반드시 잡아야 16강행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었던 스웨덴에 0대1로 패배한 채 시작한 두 번째 경기에서 대표팀은 멕시코에게도 2대1로 덜미를 잡히며 16강은커녕 1승도 거두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사실상 16강 좌절이 유력해진 상황에서 자력 16강도, 경우의 수도 따지기 곤란한 지경에 놓인 대표팀은 지난 28일 독일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김영권, 손흥민의 연속골에 힘입어 2대0 완승을 거두긴 했으나 이기고도 16강에서 탈락했다. 결과적으론 ‘탈잘싸(탈락했지만 잘 싸웠다)’의 평가를 받았지만 전체적인 성과를 보면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대표팀이 본선에서 ‘독일을 격침시킨 아시아 최초의 국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유종의 미를 거두긴 했으나 지역에선 2014년의 실패 이후 한국축구가 가진 본질적인 문제점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독일전 승리가 앞선 두 차례 경기를 통해 축구팬들이 받았던 그간의 실망을 어느 정도 상쇄하기는 했지만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축구가 가진 본연의 색깔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대학생 모영규(26) 씨는 “스웨덴이나 멕시코전부터 이렇게 했으면 최소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독일을 꺾을 것이라는 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승리를 거둬 기쁘지만 대회 전체적으로는 아쉬움이 많다”고 씁쓸해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우는 이도 있다.

축구협회가 4년 전 브라질 이후 한국축구의 대대적인 혁신을 약속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혹시’가 ‘역시나’가 됐다는 생각 때문이다. 직장인 안성주(30·대전 유성구) 씨는 “매번 월드컵이 끝나면 ‘K리그를 활성화해야 산다’, ‘유소년을 키워야 한다’고 하는데 말만 많았지 도대체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며 “독일전 승리에 도취될 게 아니라 축구협회부터 체질 개선에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다음 대회인 2020 카타르월드컵에 대비한 새판 짜기가 절실하다는 의견도 있다. 허진석(42) 씨는 “3전 전패의 우려는 씻었지만 언제까지 우리가 1승에만 목을 매야 하느냐”며 “제발 4년 후 카타르 월드컵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월드컵까지 고려해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고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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