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업무 대부분, 기준 확대해야

의사면허 소지자로 제한한 보건소장 임용자격에 대해 대전 의료계도 의견이 분분하다. 감염병 대응 등 전문적 소견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사출신 보건소장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보건소 특성상 전문성과 행정업무를 모두 익혀야 한다는 점에서 자격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는 대립이 팽팽한 거다.

대전의 경우 5개 보건소장 모두 의사출신이다. 현재 유성구보건소장이 공석이지만 전 보건소장 역시 의사면허 소지자다. 보건소장이라는 자리가 전문성은 물론 행정력까지 겸비해야하는 자리인 만큼 보건소장 자격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A 보건소 관계자는 “의사면서 자격 소지자로 공고를 내고 있는데 사실 의사들은 개원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일단 자격을 확대해 놓으면 인사부서에서는 업무능력을 판단하기가 더 좋은데 자격자체가 제한이 있다는 것은 보건소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보건소의 중요한 업무가 관할 지역 내 병의원 지도감독 권한에 있는 만큼 우려의 시각도 존재했다. B 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 업무에 병의원 지도감독 권한 등이 있는데 의사출신이라면 지역 내에서 의사들의 편익을 봐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무조건 의사가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의료계 전문가들의 자격을 넓혀 경쟁을 통해 임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감염병 대응 등 의료전문가만이 알 수 있는 업무영역이 있는 만큼 의사출신 보건소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또 다른 보건소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감염병이나 재난상황에서의 대처”라며 “현재 보건소장이 이 상황을 대표로 지휘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성을 겸비한 의사들만이 대처할 수 있다. 형평성 문제보다 국민건강권에 대한 문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업무영역의 어쩔 수 없는 차이는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의 전문성은 물론 행정기관의 업무처리능력까지 겸비한 경력을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재 지역 내 한 보건소장의 경우 보건소 내에서 공무원직으로 장기간 근무한 진료의사가 소장직을 맡고 있어 전문성과 행정력까지 겸비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D 보건소 관계자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소장이 임명 이전에 지난 8년을 공무원직의 특성과 업무처리 방법 등을 잘 알 수 있도록 보건소 진료의사로 근무해 승진을 한 경우”라며 “의사출신 소장의 장단점을 모두 보완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직원들의 평가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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