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보건소장 의사면허 소지자 제한 ‘차별법령’

면허 범위와 영역 확대 문제로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가 이번엔 보건소장 임용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최근 법제처가 발표한 ‘불합리한 차별법령 정비계획’ 내에 ‘보건소장 임용자격을 의사면허 소지자로 제한한다’는 조항이 차별 법령으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의협과 한의협은 각각의 입장이 담긴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하고 1인 시위 등을 진행하는 등 갈등을 재점화 시켰다.

법제처는 최근 국무회의에 ‘불합리한 차별법령 정비계획’을 보고했다. 19개 부처 소관 65개 법령 가운데 보건복지부 소관 법률 및 시행령은 4건으로 ‘보건소장 임용자격을 의사면허 소지자로 제한’이란 조항도 포함됐다.

현행 지역보건법 시행령 13조 1항은 ‘보건소에 보건소장 1명을 두되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보건소장을 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만,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따른 보건·식품위생·의료기술·의무·약무·간호·보건진료 직렬의 공무원을 보건소장으로 임용할 수 있다’는 단서도 달았다. 이는 ‘의사를 우선으로 임용하되 의사 임용이 어려우면 보건 등 직렬의 공무원도 임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제처는 의사 보건소장을 우선 임용하도록 하는 것은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의사면허가 없는 의료인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특히 임용자격을 의사면허 소지자로 제한하는 조항을 과도한 진입장벽으로 판단, 철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법제처의 이 같은 해석에 반기를 든 건 당연히 의사협회다.

의사협회는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며 “의사 보건소장 임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보건소장은 감염병 예방과 관리, 예방접종, 건강증진 등 공중보건사업을 수행하는 직책으로 의학지식은 물론 감염병 역학, 만성병 역학, 환경보건 등의 지식을 두루 갖춘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며 “보건소장의 업무 특성상 의사를 우선적으로 임용하는 것은 특정 직종에 혜택을 주기 위한 게 아니라 국민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의협은 “현행 법령을 보더라도 의사를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관련분야 직렬의 공무원을 보건소장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실제로 전국 보건소장 현황을 보더라도 비의사 보건소장이 59%에 달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과연 차별행위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반면 한의사협회는 법제처의 뜻을 환영하며, 관계법령 개정까지 촉구했다. 한의사협회도 지난 26일 성명서를 통해 “양의사만을 보건소장으로 고집하고 관계법령을 개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형평성을 떠나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그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며 “법제처의 지적에 따라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의협은 “의사 출신 보건소장 공모는 지원자가 없어 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의료인의 전문성과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규정으로 보건소장 임용이 늦어지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보건의료분야에서 특정 직역에 특혜가 부여됐던 적폐가 청산되는 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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