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러시아월드컵 H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일본이 폴란드에게 1-0으로 져 탈락의 위기로 내몰렸지만 콜롬비아가 세네갈을 1-0으로 잡아준 덕분에 16강 진출의 막차를 탔다.
  특히 이날 일본은 그대로 경기가 끝날 경우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상황이 된 경기 후반, 무의미한 패스를 주고받으며 노골적으로 시간을 끄는 졸전을 펼쳐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로부터 비난과 야유를 들어야만 했다.

  28일 오후 11시(한국 시간) 러시아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열린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일본은 후반 14분 폴란드 얀 베드나레크 선수가 벼락같은 발리슛으로 선제골을 넣으면서 1대 0으로 패배했다. 
  같은 시간 사마라 아레나에서 펼쳐진 H조 세네갈과 콜롬비아의 경기에서 무승부가 나올 경우 일본의 16강 진출이 좌절될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승리의 신은 일본에게 미소를 지었다.
  후반 29분 콜롬비아의 예리 미나가 세네갈의 골문을 열어젖히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날 경우 일본이 조2위로 16강 진출이 결정되는 전환점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 때부터 일본의 졸전이 시작됐다. 
  일본은 공격의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은 채 동료들끼리 패스 훈련을 방불케하는 무의미한 패스만 주고 받으며 시간을 보냈고, 이에 관중들은 야유를 보내며 정정당당한 승부를 촉구했다.
  그러나 16강 진출이라는 대명제 앞에서 일본은 얼마든지 뻔뻔해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심지어 2패로 탈락이 확정된 폴란드마저 1-0으로 1승을 챙기는 것에 만족하는 분위기여서 두 팀 모두 공을 잡으면 누가 더 표 안 나게 시간을 끄나 겨루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졌다.
  경기 막판 폴란드가 선수 교체를 준비하고 있는데, 일본이 계속 볼을 돌리며 경기가 멈추지 않자 결국 교체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결국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경기가 종료됐고 일본은 그렇게도 바라던 16강 진출 티켓을 손에 쥐었다.
  일본은 1승 1무 1패로 승점 4점을 확보 세네갈과 승점, 골득실 등 모두 같았지만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앞서 16강행 막차에 탈 수 있었다. 축구의 페어플레이 정신을 저버린 일본을 16강으로 보낸 결정적 요소가 '페어플레이 점수'였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거함 독일을 침몰시키며 명예롭게 퇴장한 한국과, 야유 속에 16강에 진출한 일본의 대조가 두고두고 축구사에서 회자될 것 같다

  김재명 기자 lapa8@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