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순환구조 구축, 건설업 체질 개선 뒷받침 돼야”

대전의 적지 않은 인구가 세종으로 유입되면서 인구 15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세종시로 유입된 인구 중 대부분이 대전보다 세종의 부동산가치가 높을 것이라 판단한 게 원인이다. 이는 대전의 부동산가치가 세종보다 낮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대전의 부동산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쉽게 제시하지 못한다. 해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찾는 게 어려울 뿐 분명 답은 있다. 그리고 그 답은 전문수 대한주택건설협회 대전충남도회장이 갖고 있었다. 그가 제시하는 방안을 금강일보가 들어봤다.

◆돈이 순환할 수 있는 구조 구축
민선 6기 대전시정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대전의 현안사업들은 산적했지만 권선택 전 대전시장은 적지 않은 송사로 시정을 챙길 여력이 없었다. 특히 도시철도 2호선을 고가로 하느냐, 지하로 하느냐에 대한 소모적인 논의가 권 전 시장의 임기 전부터 끊임 없었고 결국 트램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트램에 대해 각계에선 의견이 엇갈려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도시철도 2호선이 처음 거론됐을 당시 정상적으로 추진됐다면 2020년 완공됐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이뤄진 건 아무것도 없다.

“자치단체의 수장이 바뀔 때, 특히 전임자와 당이 다른 단체장이 나오면 이전의 사업들은 방향을 틀었습니다. 도시철도 2호선 이야기는 예전부터 나왔고 2020년에 완공될 거란 계획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보세요. 첫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대전시가 챙겼어야 할 예산을 아직까지 못 받아온 겁니다. 그래서 사업의 연속성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지역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겁니다.”

결국 경제의 기본 원리는 돈의 순환이라는 것이다. 대전시는 ‘급할수록 돌아가라’,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라는 교훈을 잊고 있었지만 전문수 회장은 잊지 않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는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핵심을 짚었고, 그의 생각은 구체적인 제안으로 이어진다.

“지역에 돈이 꾸준히 순환되기 위해 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한계를 깨기 위해선 지역의 일꾼들이 힘을 합쳐야만 풀 수 있습니다. 가령 국회의원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지역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고 자치단체장은 확보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가 만들어지면 지역에 일자리가 창출되고 일자리 창출은 소비 증진으로 이어집니다. 이래야 건강한 지역경제가 구축되는 것입니다.”

전 회장이 강조한 돈이 돌 수 있는 구조의 구축은 세계적인 강국 미국이 중요시 하는 것과 같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모자이크 나라여서 미국 내에서도 문화차이가 크게 발생하고 이 때문에 업무의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어떠한 인력이 투입되더라도 조직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여 돈이 계속 흐를 수 있는 건강한 구조를 구축했다. 구조 구축의 중요성에 대한 사례는 아메리칸 웨이(American way)라 불렸던 미국 시스템(America system)을 들 수 있다. 미국 시스템의 요는 이렇다. 미국의 제조업을 보호하고 촉진하는 관세를 높여 상업을 장려하고 상업 촉진으로 국립은행 등에서 수익이 발생하게 된다. 창출된 수익은 지역에 도로, 운하 등을 착공해 다시 제조업을 활성화 시킨다. 돈을 꾸준히 돌게 한 결과 미국은 20세기 초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뤘다.

전 회장은 건강한 구조 구축의 성공적인 국내 사례로 전남 여수를 꼽았다.
“전남 여수의 인구는 28만 명입니다. 광역시도 아니지만 여수의 항만 인프라를 보세요. 웬만한 광역시 못지않을 정도입니다. 지역경제를 위해 국회의원이 정부에서 예산을 따오고 자치단체장은 이를 효율적으로 집행해 계속 인프라를 확장시켰습니다. 꾸준히 돈이 돌았기 때문에 큰 성장을 이룬 겁니다.”

◆건설업도 변해야 한다
돈이 순환할 수 있는 구조가 구축된다는 건 멀리선 미국, 가까운 곳에선 여수에서 이미 검증됐다. 그러나 전국의 모든 지역이 이 같은 구조를 구축하진 못했다. 예산을 확보하더라도 복지의 중요성이 커지자 대부분이 복지 분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4차산업혁명시대로 들어서자 IT가 새로운 꺼리로 부상했고 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IT분야를 집중 육성한 결과 한국은 IT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런데도 일자리는 부족하다. 경제의 근간이 되는 건설업이 불황을 겪고 있어서다. 지난해 일자리는 31만 7000개가 발생했고 이 중 30% 이상인 11만 5000개가 건설업에서 나왔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고용유발계수에서도 건설업은 10.2명을 기록해 전체 산업 평균 8.7명을 웃돌았다. 즉, 건설업은 밑바닥 경기를 좌우하는 핵심 산업이란 얘기다. 그러나 건설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복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복지에 예산을 집중하는 것도 시대의 이치입니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너무 복지에 집중해 경제의 근간인 건설업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부동산규제, 금융규제 등이 이미 적용됐고 추후 도입 예정인 것들도 많아 위기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의 근간인 건설업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회사는 이를 버티기 힘들 겁니다. 그나마 영남과 호남의 건설사는 도급순위 30위 내 건설사와 수주경쟁을 해도 맞불 정도는 놓을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이 있습니다. 중소형 건설사가 수두룩해 건설업의 기본이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충청, 특히 대전은 다릅니다. 중소형 건설사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결국 건설업이 활성화돼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강력한 부동산규제로 부동산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부터 발표된 큼직한 부동산규제만 6·19부동산대책과 8·2부동산대책 등 두 가지다. 이 중 8·2부동산대책을 통해선 투기과열지구 등이 부활해 건설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크다. 특히나 건설업 기반이 약한 대전은 그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건설업에 대해 특혜 수준의 투자를 바라는 건 아니다. 건설사도 스스로 반성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걸 전제했다.

“건설업도 변해야 합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하고 진화해야 합니다. 과거 건설사 CEO들은 오전 7시에 현장으로 출근하는 게 관례였습니다. 직원들도 같은 시간에 출근해 CEO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게 당연했습니다. 이를 두고 부지런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억지적인 모습도 있습니다. 어찌됐든 이런 관례를 통해 지역경제 성장의 근간이 됐고 나라의 발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제 건설업계도 주 52시간제 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건설업이 더욱 불황을 맞을 거라 하지만 건설업은 변할 수 있습니다. 아니, 변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건설업이 젊어지고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도 되겠죠.”

한평생을 건설업에 몸담았지만 과감히 건설업의 민낯을 공개한 전 회장의 눈빛은 부처 같은 온화한 미소 속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워졌다.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야만 한다는 걸 알지만 어렵다는 걸 알기에 쉽사리 꺼내지 못했던 말이었을 것이다. 전 회장은 마지막으로 의미심장한 코멘트를 던졌다.

“건설업이 변화하면 분명히 수익성은 떨어질 겁니다. 현실적인 단가 형성 등 정부 차원에서 풀 숙제도 있습니다. 자치단체 차원에서 볼 땐 용적률 인센티브 혜택 등을 해결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건설사와 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며 풀어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소통의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 건설사의 CEO치곤 바람이 굉장히 소박했다. 그러나 그의 말 한마디에는 상당한 무게가 느껴진다. 대전과 충남의 주택건설협회를 이끄는 수장이란 중대한 임무가 그의 어깨 위에 있기 때문이다.

대담=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사진=최종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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