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기술력, 푹푹 찌는 공사판 ‘더위’까지 날렸다

 
전성남 ㈜창의산업 대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다’라는 뜻을 지닌 홍익인간(弘益人間). 우리는 이 땅의 건국이념이자 교육이념인 이 사자성어를 어린 시절부터 귀에 인이 박히게 듣고 자랐지만 무한 경쟁시대인 현실에서는 어쩐지 쉽게 와 닿지는 않는 게 인지상정이다. 내 한 몸 추스르기 힘든 통에 ‘함께’와 ‘같이’를 생각할 여유가 없는 탓이다.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에서, 다른 사람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배려의 마음으로 창업한 이가 있다. 창의산업 전성남(38)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금도,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지닌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힘듦에서 찾은 아이템
전 대표가 창업하게 된 계기는 ‘힘듦’에서 비롯된다. 그의 첫 직장은 조선업계였고 현장에선 필수적으로 안전모를 써야 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안전모를 착용해 봤습니다. 안전을 위한 필수인 아이템이지만 너무나도 더웠습니다. 탈모가 올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원한 안전모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발명에 관심이 많았던 전 대표는 현장 근무 당시 시원한 안전모를 만들기 시작했다. 작은 냉각팬을 안전모 안쪽에 장착하고 공기통로를 만들어 공기를 순환시키는 방식을 고안해 낸 거다.

“효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이후 대학원 진학을 위해 직장을 옮겨야 했지만 시원한 안전모라는 아이템이 계속 마음에 남아있었을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젊었으니까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제 창업 6년차가 된 전 대표. 30대 초반 창업의 길로 들어선 그에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다른 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어 낸다면 성공은 떼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모르는 게 너무도 많았죠.”

안전모는 말 그대로 안전을 위한 제품이다 보니 안전인증을 거쳐야만 한다. 그런 준비를 하지 못하고 막연하게 시작했던 전 대표에게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 다가왔다.

“안전인증을 받는 일이 너무나도 까다로웠습니다. 결국 다른 업체와 협업을 해 제품을 만들어야만 했죠. 어려운 문제를 간신히 하나 풀어냈더니 단가라는 또 다른 난제가 등장했습니다.”

안전모 내부에 팬과 배터리, 스위치 등을 달아야 하는 특성상 일반 안전모에 비해 가격이 비싼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수요계층의 심리를 잘 파악하지 못한 탓에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더디게 판매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직접 구매하기보다는 주변분들이 주문하는 경우가 더 많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제가 겪었던 힘듦을 겪지 않게 해드리고 싶기 때문이죠.”

#. 다변화 시도 중
패기 있게 도전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받아들지 못한 전 대표는 변화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그러나 변화라는 게 일순간 이뤄지지 않는다. 새롭게 선택한 아이템이 ‘대박’을 터뜨리면 좋겠지만 그러기가 쉽겠는가. 변화의 시기를 넘기게 해준 건 다름 아닌 정부지원 사업이다.

“창업 후 6년이라는 시간동안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제품은 만들었지만 생각보다 매출이 크게 늘지는 않았기 때문이죠. 다행히 정부지원사업 등을 통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창업을 적극 지원하는 정부 정책에 큰 도움을 받았다. 창업진흥원은 물론 경제통상진흥원, 중소벤처기업부 등에서 펼치는 사업들에 적극 참여한 소중한 결과다.

“여러 기관에 가입을 하고 안내 메일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었고 한 해 한 해 꾸준히 정부사업을 할 수 있었죠. 하다 보니 정부 사업에 대한 스킬도 함께 늘었습니다. 일종의 노하우가 생긴 겁니다.”

전 대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아이템을 준비했다. ‘치킨게임’이 심각한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복안과 함께다.

“베트남 시장을 겨냥해 오토바이 헬멧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지 업체와 협약을 맺고 안전함과 시원함, 귀여운 디자인까지 반영한 제품입니다. IoT헬멧도 준비 중입니다. 작업자 긴급 구조시스템과 위험 구역 모니터링, 산업용 자산 위치 추적 등의 기능을 포함한 제품이랍니다.”

#. 혼자의 호의호식보단 남에게 이로움을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길 바란다.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다. 전 대표의 목표 역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게 다른 이의 그것과 다른 질감이다.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작지만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게 꿈입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그의 노력은 그가 가진 특허 수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가 가진 특허 40여 개는 고민과 고심의 결과물이다.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산업현장에서 쓸 수 있는 첫 제품에 대한 개선을 계속하는 이유도 그것에 있죠. 현장에서 일하는 그들이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나와 함께 우리가 보다 좋은 세상을 살아가기를 꿈꾸는 그의 미래가 빨리 도래하기를 희망해 본다. 그 고마운 마음 씀씀이가 홍익인간의 이념처럼 널리 퍼지기도 말이다.

글=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창의산업(stormhelmet.co.kr)은.
여러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로 과학기술의 혜택을 선사하는 연구개발 및 제조기업이다. 첫 번째 생산제품인 기능성 산업용 안전모(스톰헬멧)는 강제통풍 기능을 갖춘 것으로 외부 온도 32도를 가정하면 머리 부분의 온도를 약 6도 정도 낮출 수 있는 발명특허제품이다. 안전모 내부에 냉각팬과 공기통로가 있어 외부 공기가 순환된다. 순환되는 공기 일부가 안면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얼굴 표면 온도도 1.8도 정도 낮출 수 있다. 냉각팬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차전지로 작동한다. 이 제품과 관련해 창의산업은 국내·외 40여 건의 지식재산권 보유·출원 중이다. 냉각 기능 헬멧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스쿠터 헬멧, IoT 헬멧에도 냉각기능을 적용해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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