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용

전병용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첫 재판이 최근 진행됐다. 그리고 시발점은 미투운동이었다. 지금은 예전보다 관심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미투운동은 단순한 남녀의 이성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범죄의 문제이다. 미투운동은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물론 사건을 침소봉대하거나 거짓 피해자로 인한 억울한 일이 있어서는 더욱 안된다. 그럼으로 그것을 감안해서라도 다시 한번 문제에 대하여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진실의 문이 열리기 전까지는 속단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본다.

지난 1월 한 여검사가 자신이 당한 성추행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지금처럼 큰 사회적 이슈가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미투운동은 사회적 전반으로 퍼졌고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던 정치인, 문학인, 연예인들이 그 가해 대상에 올랐다. 심지어는 가해자로 지목받던 한 연예인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관련된 인사 대부분은 가정에 큰 상처를 받았다. 현재 이들은 검찰의 조사를 받는 한편 법원의 판결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미투운동은 진실의 규명과 함께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나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거짓의 미투와 남녀 간의 문제로 국한하는 이성 간의 대결로 진실의 미투 운동이 사장되는 것이다. 거짓 미투는 지금도 그런 사례가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런 거짓 미투로 인한 진실한 미투의 정당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는 결국 전과 같은 환경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투 운동이 진정으로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또 다른 문제는 미투운동을 범죄가 아닌 이성 간 대립의 구조로 몰고 가는 심각한 경향이다. 남자의 경우 “이제는 동료 여자의 얼굴도 보면 안되고 말도 하면 안되겠네”, “전에는 이런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는데”, “회식도 이제는 남자끼리만 해야겠네” 등으로 말하고 여자의 경우에는 “전에 저 사람이 날 어떻게 했는지 아닌깐 신고해 버려야지”, “날 건들기만 해봐라, 나도 미투해야지” 등으로 이성간 나쁜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는 경향도 심각하다. 이는 미투운동을 편협적이고 이기적인 사고방식으로 몰고 가 나와 적대시되는 다른 사람을 쳐내기 위한 수단으로 변모되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들은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사회의 정화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 대한 또 다른 피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이런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슨 노력을 해야 할까? 우선은 다른 사회운동과 마찬가지로 ‘기준’과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명확하고 명시된 성폭행, 성추행 등의 성범죄와 개인의 주관적 감정에 의한 성적 피해는 구분이 필요하다. 갑과 을의 관계, 권력과 조직위계에 의하거나 일방적인 일체의 성폭행, 성추행은 현행법상 성범죄로 간주된다. 반면 나를 쳐다보는 눈길과 나에게 건네는 말과 행동에 있어 불쾌감을 느낀다고 해서 일련의 경과를 범죄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다만 그 경과에 있어 사람들이 공감을 느낀다면 범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개인의 주관적 감정에 의한 불쾌감이 성적 피해라고는 볼 수 없다. 이런 문제들이 남녀의 양극화 문제를 야기시킨다고 볼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밀도 보장되어야 한다. 아직도 많은 미투 참여자가 있지만 개인 신상이 밝혀질 경우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여 입을 닫은 사람이 많다. 그럼으로 연속선상의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체계적 조직시스템을 구축하여 지속적인 교육과 상담 등을 갖춘 시스템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미투는 상호 존중하며 살아가자는 취지이다. 남자와 여자는 신체적 특징에 따른 차이를 갖고 있을 뿐이지 동일한 인격체이다. 그럼으로, 지금의 미투운동이 성 차별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기를 기원하며 미투 운동 이후에는 직위나 권력의 지위 고하나 성에 따른 차이를 가릴 것 없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을 당연시하는 그리고,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붙일 수 없는 사회 인식과 문화가 확립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