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경영진과 현장근로자들 입장차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지만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해당되는 보건의료계는 여전히 동상이몽 중이다. 지역 대학병원들은 일반 행정직이나 의료기사 등 근로시간 단축에 영향이 있을 수 있는 직종의 신규채용을 진행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지만 의사, 간호사 등의 의료진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응은 하지 않고 있어서다. 만성적인 인력부족을 호소하는 의료진들은 근로시간 단축, 인력충원 등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대전지역의 대학병원들은 대부분 한 목소리로 “행정직이나 병원 의료진 대부분이 주 52시간 근무를 초과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행정직 대부분은 일 8시간씩 주 40시간을 지키고 있고 간호사들 역시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법정기준 근무시간 초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A 대학병원 관계자는 “간호사, 의사들의 근무시간도 주 40시간에 맞춘 근무시간을 권고하고 있고 전공의 역시 철저하게 근무시간을 지키고 있다”며 “인수인계 시간이나 응급상황 등으로 물론 시간이 오버될 수는 있으나 그 시간을 다 포함한다고 해도 52시간을 넘기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병원들은 영상의학과, 응급실, 의료기사, 일부 행정직 등 당직이 잦아 주 52시간 근무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인력 직종은 신규 채용 등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B 대학병원은 현재 의료기사를 채용중이고 C 대학병원은 기획예산과와 협의해 24시간 근무하는 당직제와 관련한 직종의 충원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의료현장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부족을 주장하고 있는 의료현장에서는 노동 강도와 과중한 업무시간 개선이 시급한데 이번 역시 대책이 전무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병원 간호사 A 씨는 “하루 13시간씩 일주일이면 60시간이 넘는 시간을 일하고 있다”며 “주 40시간 근무시간을 지킨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편적으로 보면 근무시간을 줄이면 좋지만 인력채용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간호사들이 돌보는 환자 수는 더 늘게 된다. 현실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실시한 2017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당 1일 평균 연장근무 시간은 82.2분으로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는 비율이 10.8%에 이른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진의 장시간 노동은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의료서비스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 때문에 충분한 인력 확보로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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