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교육공무직 합격 60% 40대
응시연령 제한 없어 너도나도 도전
전 세대의 꿈이 되어버린 공무원
제2인생 열 마지막 탈출구 부상

공무원 시험 경쟁이 푹푹 찌는 날씨만큼이나 갈수록 더 뜨겁게 전개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척박한 우리 사회의 노동환경 풍토에서 정년이 보장되고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 공무원만큼 매력 있는 직업을 아직 찾지 못한 탓이다. 여기에 공무원 시험 응시 연령 제한까지 사라지면서 이제 공무원은 경력단절, 복직을 희망하는 중·장년층에게도 가장 가고픈 꿈의 직장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 중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고착화되는 취업난 속에 임금이나 고용 측면에서 공무원 이외에 더 좋은 처우를 받을 수 있는 직업을 쉽사리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한때 청년들만의 경쟁으로 치부됐으나 공무원 시험은 지난 2009년 응시 연령 제한 이후 중·장년층에게도 인생 1막 2장의 무대가 되고 있다.

지역 교육 공무직 채용 시험에서도 공무원에 대한 중·장년층의 높은 관심이 투영됐다. 대전시교육청이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2018년도 제1회 교육공무직 채용시험 최종 합격자 현황에 따르면 돌봄전담사 69명, 특수교육실무원 31명, 조리원 110명, 임상심리사 1명, 수련지도원 1명, 취업지원실무원 1명 등 무기계약직 6개 직종, 213명을 뽑는 시험에 1076명이 지원, 평균 5.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합격자 연령이 20대와 30대가 12명과 41명에 그친 반면 40대가 가장 많은 132명, 50대가 28명 등 전체 합격자 상당 수가 중·장년층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자격요건이 정해져있는 돌봄전담사를 제외한 나머지 직종에서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 공개채용의 형식으로 시험이 진행되면서 중·장년층에게 비교적 응시 여건이 까다롭지 않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한편에선 출산과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이들이나 명예퇴직 등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중·장년층에게도 공무원이 청년 못잖게 매력적인 직업임을 반증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경력이 단절되거나 아이 양육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 뒀다가 복직을 희망하는 이들이 시험에 응시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무기 계약임에도 정년이 보장되고, 근무지도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 학교여서 여러 근무 환경을 놓고 봤을 때 가장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의 공무직 진출 도전이 늘고 있는 현상에 대해 ‘고용 불안정’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 경기는 좋지 않고 평균 수명은 갈수록 길어지는 상황이 직장 내에서 안정된 수입, 정년의 보장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중·장년층을 공무직으로 눈을 돌리게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역의 한 공무원 학원 관계자는 “학원 수업에서도 이제 중·장년층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며 “창업은 어렵고 아이들 교육비에, 집도 사려면 결국 내가 얼마나 안정적인 직장을 가졌냐는 문제에 부딪힐텐데 그런 의미에서 공무원은 이들에게 사회생활의 연장이자 인생의 마지막 탈출구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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