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보정세 감안 올해 미실시”
김태흠 “대북 무장해제 중단하라”
박완주 “기무사 옹호 무책임” 계엄령 문건 옹호 한국당 비난

남북관계의 급속한 해빙 무드와 맞물려 군(軍) 관련 이슈가 정쟁(政爭)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군기무사령부에 이어 이번엔 ‘을지연습’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

정부는 국가 전시대응태세를 점검하는 을지연습을 올해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 속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가 이어지는 와중에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편으론 한미연합훈련인 프리덤가디언(FG)이 연기된 상황에 군사 훈련과 연계된 정부 훈련을 따로 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을지연습은 국가 위기관리, 국가 총력전 대응 역량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훈련으로, 시·군·구 이상 행정기관과 공공기관·단체 등 4000여 개 기관에서 48만여 명이 참여한다.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기습사건 이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같은 해 7월 ‘태극연습’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실시됐고, 1969년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2008년부터는 정부 을지연습과 군의 프리덤가디언을 통합, 현재의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UFG)’이 됐다.

정부의 을지연습 변경 결정에 맞춰 국방부도 우리 군 단독으로 실시하는 합동참모본부 중심의 지휘소 훈련인 ‘태극연습’ 일정을 당초 6월에서 10월로 변경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북미정상회담 후속조치로 프리덤가디언과 두 차례 계획된 해병대연합훈련(KMEP)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안보 해이를 우려하고 있다. 당정과 야당이 마치 ‘평화가 우선이냐, 안보가 우선이냐’를 놓고 대립하는 양상이다.

한국당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서천)은 11일 성명을 내고 “방어훈련조차 포기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무장해제’를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한미연합 군사훈련 미실시로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마당에 정부가 스스로를 지키는 방어훈련조차 포기하며 ‘선제적 무장해제’에 몰두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뿐”이라며 “북한 비핵화는 한 발짝도 진전된 게 없어 미국 공화당에서조차 한미훈련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시점에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이 원하는 것만 골라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도둑이 칼을 갈고 있는데 스스로 대문을 열어 주는 꼴이다. 정부에게 대한민국을 지킬 의지가 있기는 한 건지 묻고 싶다”라며 “이 정부 들어 한 일을 보면 한미연합훈련 연기,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포기, 전시작전권 환수 추진, 대체복무제 실시, 기무사 무력화 시도 등 대한민국 안보를 약화시키려는 일 뿐이다. 이러다보니 시중에선 ‘정부가 앞장서 군사력을 무력화시키면서 군을 뭐 하러 두느냐’라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김 의원은 “역사는 스스로를 지킬 의지가 없는 나라의 말로가 어땠는지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식의 대책 없는 ‘대북 무장해제’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충남 천안을)은 기무사의 위수령·계엄령 시나리오를 ‘비상시 대비 임무수행’이라고 옹호하는 한국당에 대해 “문제의 심각성은커녕 당시 집권여당의 책임감마저 잃은 듯한 모습에 국민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기무사가 국민을 상대로 차마 있을 수 없는 검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한국당 의원들이 비상시 대비 임무수행이라며 옹호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댓글 공작, 세월호 유가족 사찰, 계엄령 검토는 지난 보수정권 시절 기무사가 국민에게 보여준 모습”이라며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시대를 역행하고, 민주주의 후퇴를 시도하는 권력기관은 있어서도, 용납돼서도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진상규명을 위한 별도의 독립수사단 구성과 관련해 “독립수사단은 철저한 수사로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규명해 책임자에 대한 응당한 처벌과 함께 기무사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서울=강성대 기자 kstar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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