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종영되었지만 TV문학관이란 프로가 있었다. 주로 단편소설들을 극화한 것들이었는데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한 사형수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한 사형수가 확정 판결을 받고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가 형이 집행되면 자신의 장기를 팔기로 하고 미리 값을 받아 감방 안에서 빵이며, 우유며 간식을 사서 먹는다. 함께 감방 안에 있던 동료들이 좀 같이 먹자고 해도 빵 한조각도 나눠주지 않고 구석에서 게걸스럽게 혼자만 먹는다.

그러자 한 동료가 그렇게 혼자 먹으니 맛있냐고 묻자, 사형수는 여전히 빵과 우유를 꾸역꾸역 입안에 넣으면서 내 몸을 먹는데 뭐가 맛있겠냐며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그리고는 다시 등을 돌리고 빵과 우유를 먹는다. 그냥 보기에는 빵과 우유이지만 사형수에게는 어쩌면 그의 말대로 보통 빵과 우유가 아닌 자신의 몸이나 진배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몸을 어떻게 다른 사람과 함께 먹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앞의 내용과 정반대인 '얼라이브'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안데스 산맥을 넘던 비행기가 설산에 추락하여 생존자가 구출되기까지 72일간 먹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죽은 사람을 먹으면서 생명을 유지하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영화란다. 꽤 오래전에 본 영화이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한 장면이 있는데 자신의 몸을 살아있는 사람의 생명을 위해 양식이 되겠다는 서약식이다.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일부는 죽고, 일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그들에게 더 큰 문제는 살아남기 위해 당장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주위는 온통 흰 눈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죽은 동료의 시신을 먹는다. 인육을 먹는 영화라면 공포영화를 연상하겠지만 이 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다. 도리어 아주 감동적인 영화다. 그들은 인육을 먹기 전에 먼저 둥그렇게 모여 앉아 의식을 치른다. 어쩔 수 없이 동료의 몸을 먹으면서 생명의 밥이 되어준 동료에게 감사하고, 만약 자신도 죽으면 자신의 몸을 살아 있는 사람들의 양식이 되겠다는 서약을 한다.

그런데 한 부부는 죽으면 죽었지 어떻게 인육을 먹을 수 있느냐며 끝까지 서약에 동참하지 않고 먹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끝내는 그 부부도 서약에 동참하고 살아남기 위해 인육을 먹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내가 끝내 숨을 거둔다. 그러자 남편은 아내가 살아있을 때 서약한대로 죽은 자기 아내의 몸을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명을 연장하는 양식으로 내어준다.(사실 아내인지 남편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내 몸을 먹는데 뭐가 맛있겠느냐며 꾸역꾸역 혼자 먹는 사형수의 이기적인 모습이나 자신의 몸을 사람들의 양식이 되겠다고 서약하는 얼라이브의 배려와 나눔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늘 경험하는 모습은 아닐까? 이 두 모습은 동전의 양면처럼 늘 같이 존재한다. 우리 삶이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형수가 되기도 하고 얼라이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때론 사형수가 되었다가 얼라이브가 되기도 하고, 얼라이브가 되었다가 사형수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가난과 실패와 좌절을 많이 겪은 사람들은 사형수의 모습이 더 강한 것 같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 자신의 것을 나누는데 대단히 인색하다. 심지어 같이 사는 동료를 믿지도 못한다.(이 결론은 순전히 벧엘의집 경험에서 나온 개인의 생각일 뿐 학문적이거나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당신들은 노숙인이기에 벧엘에 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새로운 삶을 주시려고 부르셨다. 그러니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 새로운 삶을 찾아보자고 했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벧엘의집 울안공동체에서 생활하시는 OOO 아저씨가 교통사고를 당해 받은 합의금으로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교통사고 등을 당하면 악착같이 보험금을 더 받아내려고 없던 병도 생기는데 이분은 자기가 받을 돈이 아닌 것 같은데 공짜로 생긴 것이니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자신의 몸이 상한 것에 대한 보상인데도 한사코 공짜로 생긴 것이라며 나누려고 하는 모습에서 사형수가 아닌 얼라이브의 모습을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 OOO 아저씨 당신의 몸값으로 사신 저녁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샬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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