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 정기 가득담은 시집
심오한 시 세계 벗어난 시어 담아
투병 극복한 힘…시인과 사람의 끝없는 교감

그것을 직선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수평선을 지으며 노래한다
더러는 자맥질 하는 해녀의 심장에
날카롭게 꽃히기도 한다
대합실은 아예 없다
쉬지 않고 이어가기 때문이다
꿈은
늘 어색하다
기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답이 없다
그리고 분주하다
아침이 다가오기 때문에
- 꿈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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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얼핏 놓고 보면 왠지 술자리에 올려놓고 정말로 안주 삼아 읽어야만 할 것 같다. 시구 하나하나는 ‘시(詩)’라고 하면 심오한 세계라며 손사래 칠 사람들에게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듯 쉽고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벌써 다섯 번째 시집을 낸 미강 조숙경 시인의 얘기다.

조 시인이 신간 ‘알리고 알리고 안주삼아 반주삼아’(도서출판 장수출판사)를 펴냈다. 긴 투병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는 대둔산의 정기 그득한 산장 아래서 사람에게 위안을 받고 그 힘으로 버티며 산다. 파란만장한 생애만큼 그의 시집도 유난히 독특하다. 그의 시는 독자들이 흔히 떠올릴 자연에 대한 동경, 이상향에 대한 얘기가 많지 않다. 그의 시적 대상은 ‘사람’에 있다. 사람이야말로 자연이자, 결국 우리가 나가야 할 이상향이라는 생각이었을까. 그는 시를 통해 시적 대상인 사람과 교감한다. 단지 대상의 겉모습을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시 속 대상과 끊임없는 대화를 주고받는데 대상의 생각, 조 시인의 감정이 교차하면서 틀은 시의 형식이나 다르게 보면 조 시인만의 짧은 일기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시집은 모두 81편의 시가 담겨 1부(37편)에서는 여느 시인과 다르지 않게 자연과 풍경을 소재로, 2부(44편)에선 ‘깜짝시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해 준 인물들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시어로 표현해냈다. 충남 부여 태생의 조 시인은 1990년 문화예술진흥원 공연예술 아카데미극장평론을 수료했고 1993년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부설 영상작가 교육원에서 시나리오 작가과정을 마쳤으며 ‘부여문학’으로 문단에 나서 현재 ㈔한국편지가족 대전충청지회에서 총무를 지내고 있다. 저서로는 산문집 ‘무지개빛 꿈 이야기’, 시집 ‘시적의 시간 그 이후’, ‘봄을 부르는 여자’, ‘시의 교향악’ 등이 있으며 활발한 문학 활동을 인정받아 2015년 한국문학 향토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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