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논란 가열
초복 앞두고 ‘개고기 금지’ 국민청원

올해도 어김없이 복날과 관련한 논쟁에 불이 붙었다. 보신탕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는 거다. 국회에서는 개고기를 금지하는 법안들이 발의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보신탕 반대를 요구하는 청원자수가 20만 명을 넘는 등 여느 때보다 뜨거운 복날을 예고하고 있다. 

조선시대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복날 무더위를 이기려는 보신탕 문화는 오랜 시기에 걸쳐 형성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복날 개고기를 먹는 건 음양오행설에 근거해 개고기는 화(火), 복(伏)은 금(金)에 해당하기 때문에 화기(火氣)로 금기(金氣)를 억눌러 더위를 이겨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복날 보양식으로 보신탕을 먹는 문화는 오랜 기간 이어져 내려왔지만 법적으로 ‘개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수 천년 전통의 보신탕이 이처럼 애매한 위치에 있게 된 건 서양문화가 국내에 활발하게 유입된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1975년 국회는 법 개정을 통해 돼지, 소처럼 개도 도살 및 식육 시 검사를 하도록 했지만 동물보호단체 등의 반대로 결국 폐기됐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열린 국제행사인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보신탕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특히 1988년 올림픽 당시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를 필두로 한 동물애호가들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서 서유럽에 한국의 보신탕 문화가 대표적인 야만적 문화의 한 형태로 비쳐졌다. 이후 보신탕 논란은 답을 찾지 못한 채 수십 년 답보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의 주장대로 개를 식용 가축에 포함할 경우 한국은 합법적인 개고기 식용 국가가 되고 법적으로 개를 가축에서 빼자니 당장 개 사육 농가는 모두 불법이 돼 생존권 문제가 걸리게 되는 문제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 하고 있는 거다. 

30여 년이 지난 현재 반려인구 증가로 인해 반려문화가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리면서 반려동물 식용 금지 움직임은 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움직임은 국회에서도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지난달 20일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법률 규정에 의해서만 동물을 도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현재 법률에 포함되지 않은 개의 경우 식용 목적으로의 도살은 불법이 된다. 이와 함께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 역시 개를 식용으로 사육하는 농장의 퇴출을 위해 ‘가축’에서 ‘개’를 제외시킨 축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같은 흐름과 맞물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들썩이고 있다. 표 의원의 개 식용 금지 관련 법안 통과 촉구 청원엔 ‘공감’ 표시자가 16만 명을 넘어섰고 동물보호단체인 전국동물활동가연대가 제기한 ‘개·고양이 식용 종식’ 국민청원엔 공감자가 20만 명을 돌파해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현재 축산법은 개의 사육만 규정하고 개의 도축을 규정하지 않아 도축 시설 등을 찾아 동물학대로 신고해도 제대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며 “국민적 정서를 고려해 보신탕 관련 논란이 종식돼 불필요한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낭비가 사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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