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하는 작은 개선 쌓여가는 고객 신뢰, 변화는 나로부터 소통은 우리모두, 방심하면 불량제품 생각하면 최고제품, 우리의 품질이 우리의 얼굴을 만든다.'
대전 유성구 신성동에 위치한 고속 스핀들(Spindle) 제조 전문 기업인 ㈜알피에스(RPS·Revolutions Per Second)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볼 수 있는 글귀다. 지금의 알피에스가 어떠한 신념을 지니고 성장해 왔는지를 가늠케 하는 부분이다. 스핀들은 기계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으로 RPS는 1초당 회전수를 의미한다. 이외에도 정밀하고 고속회전하는 스핀들 산업 분야와 보다 앞선 기술로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을 상징하기도 한다. 알피에스의 경영이념도 RPS로부터 비롯된다. 알피에스는 RP

 

S 첫 자를 따 Renovation(변화와 혁신의 경영), Prosperity(성공하는 경영), Satisfaction(모든 이가 만족하는 경영)을 경영 이념으로 삼고 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의 한 구절처럼 설립 초창기 어려움을 이겨낸 알피에스도 이제는 창대한 미래를 꿈꾸며 비상하고 있다. 숱한 고난을 딛고 지금은 국내 최고의 스핀들 기술력을 자부하고 있는 이동헌(52) 알피에스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두 번의 고난이 기회로 찾아오다

이동헌 대표

“1997년 말 외환위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금융권에서 일했지만 IMF로 인해 직장을 잃게 됐습니다. 실직 이후 제2의 삶을 꿈꾸며 중소기업에 입사했지만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 회사는 (입사) 2~3년도 되지 않아 부도가 나 버렸습니다.”
이 대표는 지금의 알피에스를 설립하기 전까지 두 번의 실직을 겪으며 삶의 고비를 맛봤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두 번의 실직은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지금의 알피에스가 탄생하는 발판으로 이어졌다. 지금의 알피에스가 태동하기 전 이 대표가 중소기업에 근무하면서 에어 베어링 스핀들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중소기업 재직 당시 해외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고단했던 기억을 회상했다. 젊은 시절의 패기와 열정을 갖고 분주하게 뛰어다녔지만 결국엔 부도가 나버린 쓰라린 기억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알피에스를 설립하기까지의 그의 노력이 성공의 결실로 이어지게 한 소중한 추억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동안 해당 기술 관련 전시회 등을 찾아다니며 에어 베어링 스핀들과 관련된 엔지니어를 만나면서 기술을 배우는 등 전문가들을 숱하게 만났습니다. 에어 베어링 스핀들 기술을 국내에선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던 만큼 해외시장 파악이 중요했습니다. 결국엔 회사가 부도가 나 직장을 잃게 됐지만 좋은 기술을 알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회사를 설립하기까지 지인들의 만류가 적잖았다. 이미 부도라는 경험이 있던 탓이다.

하지만 에어 베어링 스핀들 기술력에 대한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졌음에도 기술력을 지니지 못한 이전 회사와의 운영 방식과는 다르게 그는 역발상을 통해 기존 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알피에스를 국내 최고의 에어 베어링 스핀들 전문 기업으로 올려놓았다. 공대 출신도, 해당 기술 전문가도 아닌 그가 오직 생각의 전환을 통해 기업을 부각시킨 순간이다.

 

#. 사람이 곧 기업
'달리는 수레 위에서는 공자도 없다.’
삶이 황망할수록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한비자의 명언이다. 하지만 알피에스가 몸담고 있는 시장에선 결코 속도를 줄일 수 없다. IT 산업처럼 스핀들 시장도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가 심한 탓이다. 그럼에도 알피에스 직원들의 삶은 황망하지도, 속도를 늦추지도 않는다. 알피에스의 고속 스핀들이 쉼 없이 돌아가듯이 알피에스도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회사가 원활히 운영되는 데엔 직원에 대한 이 대표의 배려가 주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이 곧 기업’이라는 이 대표의 신념을 닮은 직원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무엇보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부족하다고 지적되고 있는 복지에 대해 이 대표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직원들의 학자금을 지원해주는 데 더해 직원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알피에스는 입사 3년이 지난 직원들의 학자금을 지원해주는 한편 직원들의 자녀 이름으로 펀드를 들어주고 있다. 정부의 청년내일채움공제 정책처럼 일정기간 회사와 직원이 매달 돈을 모아 목돈을 쥐어주듯이 말이다. 성과가 좋은 해엔 공장 문을 아예 닫기도 한다.

직원들의 노력이 곧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는 생각에서다. 공장 문을 닫는 기간엔 직원 전체가 해외로 떠난다.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중국 등에서의 해외 워크숍을 통해 그간 고된 업무로 지친 직원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준다.
“직원들의 노력이 곧 회사의 성과로 이어지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회사가 지금껏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직원들의 노력 덕분입니다. 복지는 곧 애사심으로 연결됩니다. 회사 설립 초창기 직원들이 아직까지 회사에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국내에선 넘버원…세계로 나아가는 ‘알피에스’
“처음엔 해외로 나가 에어 베어링 스핀들 등의 기술을 습득하고 수입해왔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리가 수출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물론 세계적으로 해당 기술 시장을 독점해왔던 나라에도 수출을 준비 중이죠.”
알피에스가 세계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거점지구(둔곡)에 토지계약을 체결하며 세를 키우고 있는 동시에 해외로 진출한다는 포석이다. 이미 알피에스는 2012년 중국에 이어 2014년 베트남에 법인을 세우며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창업 초기 12명이었던 직원이 국내외를 포함해 10배 가까이 늘었다. 초고속 성장의 방증이다.
국내에서 에어 베어링 스핀들 넘버원 타이틀을 차지한 이 대표의 향후 목표는 세계에서의 에어 베어링 스핀들 기업 넘버원이다.
지금껏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비중을 크게 뒀다면 이제는 에어 베어링 스핀들 기술을 선도해왔던 선진국과의 경쟁 채비를 하고 있다.

이미 일본과는 샘플 장비를 주고 받는 등의 준비를 마쳤다. 한국기계연구원과의 교류도 해외 진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중소기업으로서의 한계를 출연연이 대신하는 구조다.
“2012년 한국기계연구원 패밀리기업으로 선정돼 공동으로 미래 먹거리를 위한 R&D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진행하지 못하는 연구 분야를 한국기계연구원과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기술 R&D 자문도 받고 있고요.”
회사 성장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이 대표의 역사다.
이 대표는 알피에스가 늘 시대적 흐름보다 한 걸음 앞장서왔다고 자부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알피에스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글=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알피에스(www.rps-korea.com)
초정밀 가공기술을 바탕으로 2005년 설립, 올해로 만 13년간 고속회전체인 ‘스핀들’이라는 전문분야를 사업화에 성공시키고 지속성장하고 있는 기술집약적인 강소기업이다. 과학기술분야 1번지인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위치한 기반으로 국가연구 기관과 왕성한 기술교류 및 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과 베트남에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휴대폰 케이스와 부품, 3D 커버글라스를 비롯한 정밀 가공영역에 주요한 공급을 하고 있다. 2008~2010년 사이 수출유망 중소기업, 경영 혁신 중소기업으로 지정되는 한편 지식 경제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최근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인증 받는 동시에 대통령 표창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 생산성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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