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5시에도 상황에 따라 공사 진행
꿀 같은 10분 휴식, 물이라도 있어 다행

때이른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친 16일 오전, 가만히 서 있기만해도 땀이 흘러 몸이 녹아내릴 지경인데 대전 대덕구의 한 주택가 빌라 신축공사장에선 인부들이 뙤약볕 아래 무더위와 싸우며 일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더위를 피할 선택권 따위는 없었다. 볕을 피할 수단이라고는 챙 넓은 모자가 유일했고 더위를 피할 수단이라고는 쿨토시가 고작이었다. 인부들은 단비 같은 10분의 휴식시간과 함께 물이라도 마실 수 있어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건설현장 인부 A 씨는 “최근 날씨가 너무 더워져서 각별히 신경 써 일을 하는 편이다”라며 “안전모를 쓰면 너무 더워진다. 안전을 지키자니 더위와 싸워야하고 더위를 지키자니 안전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얼음조끼는 따로 지급 받는 것이 없다. 그나마 물과 음료라도 있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옆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B 씨는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짬짬이 10분 정도라도 쉴 수 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빌라를 건설하게 되면 3~5개월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공사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인부들은 하루에 할당된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하기 때문에 간혹 10분이라는 쉬는 시간도 눈치를 봐야한다. 또 다른 건설현장에서 만난 C 씨는 “물과 얼음조끼가 잘 지급되는 편이지만 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더욱이 안전모까지 쓰게 되면 말짱 도루묵이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휴식을 취해 온열피해를 예방하라고 하지만 현장 사정 상 안 쉴 때가 비일비재하다”고 귀띔했다. 공사장 근처 건물 계단에 앉아 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물을 마시던 근로자가 잠깐의 휴식을 맛보고 다시 공사현장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은 안쓰러웠다.

예년보다 빠르고 맹렬하게 찾아 온 더위로 인해 온열피해 발생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지역 온열환자는 47명이었는데 올 여름 벌써 12명이 발생했다.

지자체도 온열피해 예방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5월부터 9월까지 더위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따로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현재 각 구별로 야외 건설현장에 돌아다니며 2시부터 5시까지는 야외활동 시 주의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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