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건강복지센터협회, 입장문 내고 '정신질환 당사자와 어울려 사는 건강한 사회’를 위한 호소

최근 조현병 등 정신질환과 관련된 이슈가 이어지면서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정신건강복지센터협회(이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입장문을 내고 이러한 오해 불식에 나섰다.

17일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입장문에 따르면 지난 8일에 발생된 경북 영양의 경찰관 사망사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폭행 사건, 응급의학과 의사 폭행사건과 같은 범죄로 인해 우리사회가 들끓고 있다. 이 사건을 통해서 우리 사회는 다시금 정신질환, 특히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의 시선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는 게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설명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신장애인의 인구 10만명당 범죄율은 33.7명으로 일반인들의 범죄율 68.2명보다 높지 않고 재범률도 일반인의 범죄 재범률에 비해 크게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만 가혹한 사회적 시선을 보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우리사회의 미성숙한 측면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신질환을 범죄와 비정상의 틀에서만 바라보면서 외면하고 정죄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정신장애인에 의한 폭력적 사건들의 발단은 조현병과 같은 질환의 특성에도 그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강제적인 입원을 경험한 이후 다시 가족들과 사회에서 배제되고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현상이기도 하다고 센터는 강조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정부도 1995년 정신보건법 제정이후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보건 정책을 표방하고 시행해왔다고 하고 있으나 사회적 편견과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서 이들을 충분히 돕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센터는 덧붙였다.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재활시설과 같은 기관들에서 도움을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는 겨우 2.4%(12만 5천명)에 불과하고 그러다 보니 퇴원한 정신질환자들의 21.6%가 다시 며칠 내에 재입원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게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죄’라는 사회적 프레임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우리 사회의 시선이 다시 되풀이 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정신장애인도 인간답게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정신장애인이 눈에 띄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방향이 아님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며 '조금 더 성숙한 시선으로 이번 사건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과제가 무엇인지를 함께 살펴보고 사회적 대안을 만들어가는 귀한 기회로 삼자고 간곡히 호소한다'고 당부했다.

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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