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오픈탁구대회가 빚어낸 이질감의 정서

대한민국과 북한 선수들이 함께 참여한 국제탁구대회가 지역에서 열려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회장 내외에는 한반도기와 공동응원이 등장했지만, 보편적 정서에 맞지 않은 이 같은 응원에 이질감을 나타내는 시민들도 적잖은 모습이다.

17일 한밭체육관 인근에서는 대조적 광경이 나타났다. 70주년 제헌절을 맞아 대전의 주요 대로에 태극기가 게양돼 있었던 반면, 한밭체육관 인근 대로를 비롯해 대전 중앙로 네거리 부근과 유성 일부 대로에는 태극기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대신 한반도기가 걸렸다. 또 한반도기 옆으로는 ‘북측 선수단 참가를 뜨겁게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도 걸려 있었다.

이 같은 대조적 모습은 코리아오픈탁구대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낳은 광경들. 지자체 관할 가로기 게양대에는 제헌절을 맞아 태극기를 게양하지만 올해는 시민단체의 요청으로 일부 가로기 게양대에 한반도기가 설치됐다는 게 관할 지자체의 설명이다. 이날 한밭체육관 주변 곳곳에 한반도기가 보였다. 대회장내에서도 대전통일응원단이라는 단체가 제공하는 ‘한반도기’를 든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한반도기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표출하는 시민들이 적잖았다. 경기를 관람 온 시민 정 모(62) 씨는 “우리 선수들도 이겼으면 좋겠고 다른 나라보다는 북한선수가 이기는 것이 좋다”면서도 “그런데 통일도 안 됐는데 한반도기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아직까지는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고 전쟁을 내서 많은 사람들이 죽은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장내는 응원열기로 뜨거웠다. 한반도기를 든 대전통일응원단과 부산 등 각지에서 올라온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소속 청년들이 선수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전을 펼쳤다. 다만 ‘우리는 하나’라는 피켓을 든 이들의 응원은 ‘김남해’, ‘최현화’ 등 주로 북한 선수에 집중됐다. 이 단체 소속 A 씨는 “부산에서 왔다. 4.17공동선언이후 평화가 열렸고 우리마음이 전달 될 수 있도록 응원한다”며 “북측 선수 위주로 응원하고 시간이 남을 때는 우리선수를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선수보다 북한선수를 연호하는 응원에 이질감을 느끼는 관중들도 적잖았다. 50대 여성 백 모 씨는 “탁구를 좋아해 보러 왔다. 그런데 (응원단이) 우리선수는 응원하지 않고 북한 선수들만 응원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코리아오픈탁구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가족도 아쉬움의 목소리를 냈다. 한 선수의 가족은 “응원이 갈라진 것 같다. 우리나라 선수를 좋아하는 분은 운동 좋아하시는 분들인 것 같고 북한 응원하는 분들은 응원단인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며 “누구를 응원하든 뭐라 할 것은 아니지만 너무 시끄럽고 요란하다. 선수들이 집중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