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지 시인

삯의 소리 들렸네, 삯의 소리 들었네

품삯을 받지 못한 품꾼들의 우는 소리
주님이 들었네, 삯의 소리 들었네

땅에서 방종하고 땅에서 사치하는
재물 썩고 좀먹어도 나눌 줄을 모르는

인색(吝嗇)으로 찌운 살은 호색(好色)이 넘처나네

의인을 정죄하고 가난한 자 외면하며
병든 사람 무시하고 약한 사람 짓밟아

창고에 쌓아 논 금(金)과 은(銀) 녹슬었네

행동하지 않는 양심 죄(罪)의 삯을 키우네
증거의 불꽃이네 심판의 불길이네

자기 살 먹고 있는 마음이 녹이 슨 자
들으라 경고하네, 그들에게 경고하네

자본주의적 경제행위를 평화적인 교환기회의 사용에 의한 이윤기대에 의존하는 행위라고 규정한 막스 베버는 보편적 의의와 가치를 지닌 문화적 현상이 서구 문명에서만 나타난 사실을 문화사적 측면에서 주목했다. 중국에도 인쇄술은 있었지만 신문과 정기간행물이 서구에서 출현한 것처럼, 경험적 지식, 우주와 삶의 문제에 대한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지혜가 인도·중국·바빌로니아·이집트에선 합리적 단계로 발전하지 못했지만 서구에선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발전단계에 도달한 과학이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서양의 근대자본주의는 다른 지역과는 다른 유형의 형태로 발전됐다. 바빌론·인도·중국·로마에서도 화폐대부업자들은 존재했다. 그러나 이들의 탐욕은 물질적인 것으로 비합리적이고 투기적 성격이 강했다. 서양의 자본주의를 인류의 보편적인 부의 축재와는 다른 형태로 바라본 베버는 이를 “자유로운 노동의 합리적인 자본주의적 조직화”라는 말로 표현했다. 베버는 이러한 합리적 조직이 가능하게 된 이유를 가사와 사업의 분리, 합리적 부기 제도에 돌렸다. 십진법은 인도에서 발명했지만 그 기술적 사용이 서구에서 가능했던 이유도 경제와 사회 전 분야에서 ‘합리화’ 과정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는 근대 서양의 자본주의에는 노동이 신성하면 그 대가인 돈도 신성하다는 합리적 에토스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고대와 중세사회는 자본을 추잡한 탐욕으로, 노동을 상스러운 것이라고 배척했으나 근대 서양에서는 자본과 노동이 비합리적인 목적을 위해 축적하거나 낭비하는 대신 철저하게 합리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프로테스탄트 정신이 지배했다. 이것은 근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정신이었다. 어느 시대에도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을 ‘직업(소명)’으로 연결시키지 않았다. 이 정신을 직업을 통한 합리적인 정당한 이윤을 추구하려는 정신적 태도로 규정한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정신에 따른 영리활동을 모든 시대에 걸쳐 존재했던 ‘이윤에 대한 멈추지 않는 추구’인 탐욕과 구별된 것으로 바라봤다. 유대교의 경제적 에토스가 자본주의 발생의 주요인이라는 좀바르트의 견해에 반론을 제기한 베버는 유대교의 에토스는 정치나 투기에 의존하던 천민자본주의 형태였지만 프로테스탄트는 금욕주의를 통해 노동의 합리적 조직화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16세기 종교개혁에서 프로테스탄트로 개종한 국가는 경제적으로 축복받는 국가로 변했다. 당시 영국이 상업에서 우월한 이유를 몽테스키는 ‘법의 정신’에서 신앙·상업·자유 세 가지가 다른 국가를 능가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베버는 ‘직업(Calling)’이란 단어 속에 함의된 하나님의 뜻에서 프로테스탄트가 ‘직업’을 ‘신으로부터 받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고대와 중세의 어떤 문명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신앙관이었다. 이러한 직업의 개념을 프로테스탄트 교파의 중심교리 표현이라고 주장한 그는 프로테스탄트들은 신을 기쁘시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수도사적 금욕주의를 통해 현세적 도덕을 경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현세적 의무를 완수하는 것이라 봤다. 프로테스탄트는 금욕주의를 통해 낭비적 향락을 반대하며 소비, 특히 사치재 소비를 지양했다. 이들은 노동을 통한 이익 추구를 합법화시켰을 뿐 아니라 그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간주했다. 선행에 대한 윤리적 평가에 따라 탐욕적인 부의 추구는 비난받아야 할 최악의 것으로, 땀 흘려 일한 부의 획득은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본 것이다. “선한 일을 행하고 선한 사업에 부(富)하고 나눠주기를 좋아하며 동정하는 자가 되게 하라. 이것이 장래에 자기를 위해 좋은 터를 쌓아 참된 생명을 취하는 것이니라”(디모데전서 6장 18절) 베버의 윤리적 자본주의의 핵심을 성경은 디모데전서를 통해 말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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