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시급 1만 2000원 수준
사용자인 동시에 근로자
현 제도는 을과 을 싸움 조장

“내년도 최저임금(시급 8350원)이 인상돼도 근로자에게 주는 시급이 1만 원도 안 되는데 ‘왜 이렇게 우는 소리하냐’라고 쓴소리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최저임금 8350원이 시행되고 주휴수당, 4대보험료, 야간수당까지 더하면 가맹점주가 알바에게 지급하는 시급은 최대 1만 2000원 수준이 된다. 이를 주 8시간 씩 월급으로 환산하면 200만 원이 넘는데 이는 통상 가맹점주가 가져가는 이익금을 웃도는 액수다.”

매일 10시간 씩 근무하면서 식사는 편의점 폐기상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편의점 가맹점주 박재두(47) 씨의 하소연이다. 17일 대전 유성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하루 일과는 오전 6시부터 시작된다. 야간 아르바이트생과 교대하기 위해 최소 7시 30분까지는 일터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가맹점주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다”고 말한다. 편의점에도 고객이 몰리는 피크타임이 있는데 박 씨가 직장인들의 출근시간인 오전 피크타임이 되기 전, 한 시간동안 준비해야 할 것은 물품발주, 매대 정리, 매장 내·외 청소 등으로 숱하게 많다. 더욱이 편의점 특성상 자리를 비울 수 없는 탓에 출근과 동시에 그의 모든 행동은 편의점 반경 10m 안으로 제한된다. 이 조차도 어쩔수 없이 화장실로 향할 때 뿐이다.

그래도 지난 2006년 첫 편의점주 타이틀을 얻은 그는 2000~3000만 원인 소액자본만으로도 점포를 열 수 있었고 가맹금과 인건비, 임대료를 빼고 난 200만 원 수준의 수익금은 한 달을 버티는 데에 큰 무리가 없없다. 올해 16.4% 오른 최저임금에도 기존 하루 8시간 근무에서 10시간으로 늘리면서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해 겨우 수익금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대비 10.9% 더 오른 내년도 최저임금에 박 씨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호소한다. 그는 “현재 가맹금에 인건비를 뺀 월 수익금은 80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임대료, 인건비 등을 제하면 손에 쥐어지는 돈은 200만 원 안팎이 고작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되면 인건비가 35만 원 정도가 추가되는데 이렇게 되면 수령 급액은 160만 원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4대 보험료, 주휴수당, 야간수당까지 제외하면 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아르바이트생이 적게 일하고도 더 많은 금액을 가져가게 되는데 누가 힘들게 가맹점주를 하겠냐”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물론 매출이 늘어나면 해결이 되겠지만 현실은 4500원짜리 담배 한 갑 팔면 200원 남는 수준이라 쉽지가 않다. 역시 100만 원어치를 팔면 종량제 쓰레기봉투는 2만 원, 교통카드충전은 5000원 남는다. 매출 규모가 커지더라도 박한 마진에 카드수수료까지 떼고 나면 박 씨에게 남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박 씨는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일성했다. 그는 “말이 좋아 점주지 사실상 가맹점주들도 가맹본점에 고용된 근로자와 다름 없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은 취지는 좋으나 결국 가맹점주를 거꾸로 탄압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다시 근로자인 동시에 사용자인 점주가 아르바이트생을 탄압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해 을과 을의 싸움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정부가 기업구조 시스템을 바꿀 것이 아니라면 5인미만 영세업자에게는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력히 호소했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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