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피부나 조직, 뼈 등을 붙이는 생체접착제부터 골 재생과 항염기능이 뛰어난 치과용 차폐막, 대체연료로 주목받는 바이오디젤까지. 일반에 익숙지 않지만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바다’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새로 개발된 의료용 생체접착제는 파도를 견디며 바위에서 떨어지지 않는 ‘홍합’ 특유의 끈끈한 접착력에 착안, 미생물배양시스템을 통해 ‘홍합접착단백질’을 양산하는데 성공했다. 독성이 있거나 접착력이 낮은 기존 생체접착제와 비교해 사용범위가 넓고 분해흡수성이 좋아 인체에 안전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임플란트 시술에 쓰이는 골 재생용 차폐막은 새우나 게 등 갑각류 껍질에 함유된 해양유기소재 ‘키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미세조류(식물플랑크톤)를 원료로 한 차량용 바이오디젤은 2015년 서울-부산 간 주행시험을 통과했다. 해양생명자원이라는 재료에 생명공학기술(Bio Technology)을 접목해 생산활동을 하는 이른바 ‘해양바이오산업’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해양생물은 지구상 생물종의 80%에 해당하는 50만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활용률은 1% 미만에 불과해 개발 잠재력이 매우 높다. 세계 해양바이오 시장은 2016년 39억 달러(한화 4조 6800억 원)에서 2020년 48억 달러(5조 76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36%), 유럽연합(25%), 일본(14%)이 전체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충남도가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과 천혜의 해양자원을 무기 삼아 ‘해양바이오산업화 인큐베이터’ 설립, 해양바이오산업 클러스터 구축에 도전장을 내민 건 이 같은 바이오경제(Bio-Economy)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포석이다. 도는 내년도 국가예산에 해양바이오산업화 인큐베이터 사업타당성을 검증할 용역비로 1억 원을 반영해 달라고 최근 해양수산부에 건의했다. 인큐베이터는 해양바이오 연구개발 성과 실용화 촉진과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립기관으로 서천군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 안에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에 대한 기술·특허인증 등 사업화 지원, 벤처창업 및 생명자원 컨설팅 등 산업생태계 조성, 수입 원료소재 대체기술 개발·산업화를 통한 해양바이오소재분야 선도기업 육성이 인큐베이터의 역할로 상정됐다.

도의 인큐베이터 설립 구상이 현실화하면 5684종의 해양자원을 보유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구·교육을 융합한 아시아권역 생태분야 대표기관 국립생태원, 해양바이오공학·해양환경산업·해사장비산업과 등 3개 학과로 2021년 개교예정인 해양폴리텍대학교, 해양바이오산업 연관기업 입지 최적지로 꼽히는 장항국가생태산단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거대 해양바이오산업 산·학·연 클러스터가 충남에 구축되는 것이다.

도는 해양바이오산업이 IT혁명 이후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핵심 전략산업으로 떠올랐고, 해양생명자원 선점을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산업특성상 연구개발 등 초기 투자비용의 진입장벽이 높아 민간에 의존할 경우 시장실패가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박정주 도 해양수산국장은 “국내에서 해양바이오산업은 아직 태동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경쟁력 있는 해양바이오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양질의 신규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바이오경제를 주도하는 해양바이오 강국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해양바이오산업화 인큐베이터 건립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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