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앞두고 일선 학교에서 시험지 유출 사건이 잇따르면서 교육현장이 뒤숭숭하다. 고등학교에서 실시되는 시험은 학생들의 내신 성적을 좌우하고 대학입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당국의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한다.

일선 학교에서 시험지 유출 사건은 최근 서울의 자율형 사립고와 공립중학교에 이어 광주의 사립고와 부산의 특수목적고 등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수법도 다양하다. 학생이 교무실에 침입해 문제를 빼내는가 하면 교사나 교직원이 학부모나 학원 강사와 짜고 문제를 빼돌리기도 했다. 심지어는 교사가 자신이 맡은 학급 학생들의 성적을 높이려고 미리 가르쳐 준 사례도 나왔다.

이번에 밝혀진 시험지 유출 사건은 대부분 동료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야 교육 당국에 알려지게 된 것들이다. 적발 자체가 어려운 만큼 밝혀진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다수의 선량한 학생들과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학교 시험에 대해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고 상대적인 피해를 입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의 대처는 미흡하기만 하다.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게 학교 시험지 유출인데도 학교 당국이나 교육청은 사고 후 사실관계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건이 커지면 책임추궁이 두려워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습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의 시험지 유출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시험지 유출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은 대학입학에 내신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현 입시제도와 경쟁만 부추기는 교육 시스템이 근본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요 대학 입학에서 내신 비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중요하지만 시험지 유출을 막을 통제 시스템이나 관련 규정이 허술해 이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시험이든 공정성이 훼손되면 의미가 없어지고 혼란을 겪게 마련이다. 하물며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치러지는 시험이 사전에 유출되는 등으로 공정성이 훼손됐다면 대입에서의 내신 시험 전반에 대한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혼란은 커질 수 있다.

사법당국은 이번에 발생한 학교 시험지 유출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연루된 교사나 교직원, 학부모 등에 대해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일선 학교에서의 시험지 유출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험 전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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