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국 충남도의회 의장에게 듣다] "인권조례 복원은 도민의 뜻, 여야 소통으로 속도 내겠다"
  • 문승현
  • 승인 2018.07.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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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국 충남도의회 의장. 충남도의회 제공

보수색채 강한 충남지역의 정가에서 ‘거치른 벌판으로 달려가자’며 젊음을 선동하던 그 노래가 떠오른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충남도의회에 입성한 42명 의원 중 초선 비율이 70%에 달하고, 전반기 의회를 이끌 의장 역시 지천명(知天命)으로 젊다는 게 30여 년 전 대중가요 ‘젊은 그대’를 기억에서 소환한 혐의가 짙다.

천안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3선 고지에 오르며 11대 충남도의회 의장으로 선출된 유병국 의원(천안10)은 17일 회색 정장에 노타이 차림으로 금강일보 인터뷰에 응했다. 유 의장은 “11대 의회 전체 의원들의 평균 나이가 49.5세로 전대에 비해 10살 정도 젊어졌다. 초선의원들도 많이 포진해 있어서 그런지 의회가 활기차고 다들 의욕이 넘친다. 기존의 격식이나 관행을 깨는 적극적인 의정활동이 펼쳐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 33명(비례 2명), 자유한국당 8명(비례 1명), 정의당 1명(비례) 등 여대야소로 절대 유리하게 재편된 원구조와 의회 역사상 최초인 민주당 출신의 가장 젊은 의장이라는 상찬(上饌)에 머물러 있기엔 해결해야 할 도정 현안이 산적해 있다고 스스로 경계했다. 유 의장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폐지된 충남인권조례에 대해 ‘복원’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가하면 민주당에 표를 몰아준 도민들을 향해선 “너희들도 잘못하면 한 순간에 바꿔버릴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납작 몸을 낮췄다.

◆ “도민인권 보호·증진…정치적 판단 안돼”
충남도민 인권 보호·증진에 관한 조례는 지역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다. 10대 의회 시절인 지난 4월 한국당 도의원들의 주도로 폐지된데 이어 한달여 만인 5월 10일 유익환 당시 의장이 폐지조례안을 공포하면서 끝내 '사망선고'를 받았다. 인권조례를 시행 중인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최초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지자체에 인권 기본조례 제·개정을 권고함에 따라 9대 도의회에서 자유선진당 소속 송덕빈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새누리당 의원이 주축이 된 22명이 공동발의해 만장일치로 원안가결한지 불과 6년 만이다. 또 11대 의장이 된 유 의원이 2015년 9월 ‘도민인권선언’ 이행 등 조항을 신설하며 전부개정한 시점으로부터 채 3년이 지나지 않아 인권조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유 의장은 “인권조례 폐지 측에서 내세운 명분이란 게 동성애 옹호·조장, 에이즈 확산 등 역기능이 많다는 것이었는데 인권조례 때문에 누가 역차별 받았고 어떤 부작용이 있었는지 실체가 없지 않느냐”며 “인권조례 문제는 이미 도민들께서 선거를 통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정당성을 인정받았다고 본다. 속도감 있게 인권조례를 복원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당 의원들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인권조례 폐지를 몰아붙인 전례를 밟지 않도록 의장으로서 인권조례 복원에 대해 한국당 등 동료의원들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부연했다.

◆“경제상황이 심각하다”
유 의장이 도정 제1현안으로 지목한 건 뜻밖에도 ‘경제’였다. 내수가 좋지 않은 마당에 수출여건도 만만치 않다고 우려했다. 같은 민주당 당적으로 저출산 극복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양승조 충남지사와 보폭을 맞춰 ‘복지’ 운운할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농도(農道)인 동시에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석유제품 등을 해외로 내다팔아 먹고사는 충남의 광역의회 수장으로서 지극히 타당한 걱정으로 들렸다. 맞물려 돌아가는 경제와 복지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듯 도 집행부와 의회가 도정 핵심과제로 복지와 경제를 나란히 들어 올린 것이다. 시쳇말로 쿵짝이 맞아 보여 안심이다.
유 의장은 “선거운동기간 지역을 돌아다니며 자영업자 등 많은 주민들을 만나보니 대부분 경제상황이 악화했다고 입을 모았다”며 “저성장기조가 고착화하는 가운데 경제 불확실성이 늘고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남의 수출산업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면밀한 관찰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유 의장은 “그간 의회가 도 집행부에서 만들어온 정책을 피동적으로 검토하는 양상이었다면 11대 의회는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집행부가 생각지 못한 이슈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절실”
지방의회 정책보좌관제 도입과 인사권 독립은 숙원이다. 지방자치사무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고 집행부에 대한 단순 견제와 감시를 넘어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동반성장을 꾀하려면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유 의장은 “충남도와 도교육청 예산을 모두 합하면 10조 원을 웃돌지만 42명의 의원이 그 큰 예산을 심사하고 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모든 예산안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는 게 물리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원별 보좌관제도 도입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인사권 독립 역시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 없는 일”이라며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의정활동 지원이 가능하도록 입법정책지원부서를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전문인력을 증원하는 등 입법정책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 가지 이익을 얻는 것이 한 가지 해로움을 제거함만 못하다”
몽골제국을 일으킨 칭기즈칸의 지략가 야율초재(耶律楚材)가 남긴 격언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여일이불약제일해 생일사불약멸일사)에서 나오는 말이다. 한 가지 이익을 얻는 것이 한 가지 해로움을 제거함만 못하고, 한 가지 일을 만드는 것이 한 가지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좌우명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는 주문에 유 의장이 꺼내놓은 화두다. 사람이 바뀌고 권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면 온갖 새로운 것들로 넘쳐나는 듯 보이지만, 태고 이래 전혀 새로운 것은 없었고 오히려 종교처럼 신봉되는 기존의 규칙을 깨고 오롯이 비우는 것만이 정치가 나아가야할 바 아닌가.
유 의장은 “유권자인 주민 앞에 늘 겸손하고 문제가 있다면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도의회 의정사상 처음으로 보수와 지역정당을 넘어 민주당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준 도민들의 뜻과 바람을 무겁게 받아들고, 일상의 작은 불편함을 해소하는 대의기관으로 거듭나도록 11대 의원 동료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병국 의장은
천안남산초, 천안북중, 천안중앙고, 청주대 대학원(법학석사)을 졸업했다. 양승조 충남지사가 2004년 국회의원이던 시절 입법정책보좌관으로 일했다. 제9대 충남도의회 운영위원회 위원장과 문화복지위원회 위원, 제10대 의회에선 운영·행정자치·농업경제환경위원회, 내포문화권발전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3선 성공의 비결로 “주민 앞에 늘 겸손하고자 노력했을 뿐 특별한 비결은 없다.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유 의장은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담=이석호 내포취재본부장
정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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