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구성 파행에 성난 주민들 불쾌지수↑

지난 4년간 의정비 전액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앞으로 4년치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이상진(왼쪽) 문경시의원이 17일 고윤환 문경시장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문경시 제공

“기초의원은 무보수 봉사직이어야 합니다.”

6·13 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한 이상진(69) 경북 문경시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 4년간 받은 의정비를 지역사회에 환원한 데 이어 앞으로 4년치도 전액 기부하기로 해 훈훈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4년 전 선거에 출마하면서 내건 ‘의정비 전액 환원’ 공약을 지킨 이 의원은 새롭게 시작할 임기 4년간의 의정비 7200만 원(월 150만 원, 별도의 의원활동비 90만 원은 공동경비·당비·사무실운영비 등으로 사용)도 장학회와 장애인복지관, 아동복지기관 등에 기탁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지방공무원(문경시 농업기술센터 소장 명예퇴직) 출신으로 현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문경지회장을 맡고 있는 이 의원은 “기초의원은 무공천·무보수의 봉사직이 돼야 한다. 기초의회는 행정단위 구성상 낭비라고 생각하지만 굳이 기초의회를 유지해야 한다면 전문성 있는 봉사자들이 무보수로 주민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무보수 봉사직’을 자처하며 의정비를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내놓겠다고 나선 지역 일꾼의 미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소중한 주권을 행사한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기초의회가 있다. 바로 개원과 함께 파행에 들어간 대전 중구의회다. [관련기사-“휴업 중인 중구의회, 차라리 폐업하라”]

더불어민주당 7석, 자유한국당 5석으로 구성된 제8대 중구의회는 지난 6일 의장을 선출한 후 원 구성이 중단됐다. 다수당인 민주당에서 서명석 의장을 제외한 6명의 의원이 본회의를 보이콧하고 있기 때문으로, 당내에서 합의 추대한 의원(3선 육상래) 대신 ‘굴러온 돌’(서 의장은 지난 3월 입당한 재선 의원)이 야당과 야합을 해 의장에 올랐다는 게 그 이유다.

이에 따라 부의장, 상임위원장를 뽑지 못한 채 의사 일정이 올스톱 됐고, 그로 인한 피해는 구민들이 고스란히 지고 있는 형국이다.

구민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겠다는 권력 다툼에 성난 유권자들 사이에선 원 구성 파행 때마다 반복돼 온 기초의회 ‘무용론’, ‘폐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의정비를 전액 반납 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정비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기는커녕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도 아랑곳없이 의정비를 챙기려는 의원들의 행태를 결코 좌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지역 시민단체에선 문을 열자마자 ‘휴업’ 중인 중구의회를 향해 ‘자진 폐업’을 촉구하기도 했다.

부끄러운 ‘그들만의 감투싸움’이 지독한 폭염을 견뎌야 할 지역민들의 불쾌지수를 더욱 높이고 있는 가운데, 과연 제213회 임시회 회기 마지막 날인 20일까지 중구의회가 원 구성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