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태양도시 올래 ①

- 인간이 정착한 땅에는 반드시 ‘문화’라는 꽃이 피어난다 -
검맥질로 이동한 팬주룽 사람들은 바가나치를 중심으로 행복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바가나치를 우러러 존경하며 희망의 등불로 삼았다. 그들은 바가나치의 말이라면 추운겨울이 뜨거운 여름이라 해도 믿었다. 아무리 아픈 사람도 바가나치의 손길이 닿으면 벌떡 일어날 것만 같았다. 위대한 지도자가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대망새는 도구를 담당한 올바를 시켜 무기와 다양한 생활 도구를 만들도록 했다. 올바는 팬주룽의 뛰어난 장인들을 가려 뽑아 도구제작소를 만들었다. 올바의 도구제작소는 넓은 실내에 여러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무기제작소, 토기제작소, 어로제작소, 사냥용품제작소 등 공간들은 저마다 용도가 달랐다. 올바의 도구제작소에서는 낮이고 밤이고 모루돌 두드리는 망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도구제작소라는 시설은 발명과 발견을 거듭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올바는 도구제작소를 통해 획기적인 도구들을 눈만 뜨면 만들어 냈다.

가령 길이가 40센티 정도 되는 목검은 올바가 새로 만든 훈련용 무기로 소리기에게 보내져 유용하게 사용됐다. 올래의 매득에게 보내진 낚시나 그물도 훨씬 개선된 도구였다. 낚시는 돌이나 나무, 조개 같은 것을 이용해 축을 만들고 여기에 동물 뼈로 만든 낚시를 달아 부러진 바늘만 교체해서 사용토록 했으며, 그물은 어망에 추를 달아 크고 작은 고기를 상황에 따라 잡도록 했다. 돌이나 흙을 구워 만든 그물추는 이십 그램에서 일 킬로그램의 무게까지 다양했다. 무거운 그물추는 거센 물살에 어망이 쓸려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대망새와 소리기는 올바가 만든 무기와 낚시도구 등을 살펴보며 대단히 만족했다.
올바가 만든 토기는 과거의 단순함에서 벗어나 색깔과 문양이 다양해졌으며 단단해 보였다. 물동이, 시루, 사발, 저장용기, 다리달린 솥 등 종류가 너무 많아 무엇에 쓰는 것들인지 설명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였다.

특히 주둥이가 작고 끝이 뾰족한 병모양의 토기가 눈길을 끌었다. 올바는 이 토기에 물 대신 술을 담아 따라 먹으면 운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기의 모양은 대체로 밑이 뾰족한 포탄 형과 밑이 납작한 항아리나 화분모양을 하고 있었으며, 무늬는 선이나 점으로 기하학적 형태를 그려 넣었다. 이 토기들은 기존의 올래나 맬싹, 드륵 등에서 사용하던 것들을 응용해서 만들었지만 더욱 정교하고 세련되게 발전시켰다. 모두가 생활에 적합한 맞춤형 토기들이었다. “……”

“올바대신,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이런 것도 만들 수 있겠습니까?” 대망새가 내민 것은 나무와 돌로 대충 모형을 빗은 낫과 괭이, 삽 등 땅을 일구는 도구와 배였다. 올바는 도끼로 나무를 파서 만든 배를 만지며 바짝 긴장을 했다. “아! 이것은 내가 동해바다 바위에 새겨진 그림을 생각해 만들어본 것인데 잘만 하면 물에 띄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이것을 타고 깊은 강이나 바다로 나가면 커다란 고기를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 소리기와 올바는 입을 한껏 벌린 채 감탄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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