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업무 연장, 근로소득 감소에 전전긍긍

고용노동부, 사업장 작업중지 등 조치 예고…실효성엔 의문
노동자 삶 위한 임금 보전 정책 절실

#. 지난 16일 세종시에서 보도블록 교체작업을 하던 A(39) 씨가 열사병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겼지만 하루 만인 17일 숨졌다. 작업 당시 세종의 최고기온은 35.5도로 폭염 경보 수준이었다. 소방당국은 A 씨가 병원으로 옮겨졌을 당시 체온이 43도를 넘는 등 위험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봄철 불청객인 미세먼지가 물러가니 이번엔 폭염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 ▶관련기사 3·5·6면

전국 대부분 지역에 일주일이 넘게 낮 최고기온이 35도, 평균기온은 33도를 웃돌면서 폭염 특보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하루 종일 땡볕 아래에서 일하고 있는 야외근로자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이들에겐 잠시의 휴식도 사치로 여겨져 폭염을 무릅쓰고 일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휴식은 곧 업무 연장과 임금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열사병 발생 사업장 작업중지 등을 통해 폭염으로 인한 야외근로자의 피해를 막겠다고 예고했지만 현장에선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정부가 원하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 탓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8일 폭염(33도 이상)에 대한 열사병 예방활동 및 홍보를 본격화하고 열사병 발생사업장 조치기준(지침)을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전달했다. 지침에 따르면 열사병으로 근로자가 사망했을 경우엔 근로감독관이 현장조사를 통해 사업주의 열사병 예방 기본수칙 이행여부를 집중 확인하고 법 위반 시엔 사업주를 사법처리하는 등 강력 조치토록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열사병 예방 기본수칙 주요내용은 물은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해야 하며 그늘은 햇볕을 완벽히 가려야 하고 쉬고자 하는 근로자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어야 하며 소음·낙하물 등 유해위험 우려가 없는 안전한 장소에 제공돼야 한다. 즉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발생 등을 우려해 충분한 휴식과 함께 편안한 휴식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도 건설근로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오히려 건설회사 측에선 휴식을 보장하려는 반면 휴식으로 인한 업무 연장과 임금 감소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정작 건설근로자는 일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병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대전세종지부 사무부장은 “매년 폭염은 찾아오지만 이를 대비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은 아직까지 전무하다. 결국 폭염으로 일이 중단된다면 이는 건설회사 뿐만 아니라 건설근로자의 금전적 손해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폭염으로 인해 건설근로자가 반나절만 일을 하고 퇴근하게 된다면 출퇴근을 위한 교통비 등의 지출은 똑같이 나가는데 손에 쥐는 임금은 적어져 하루 벌고 하루 먹고 사는 근로자의 삶은 피폐해질 것이다. 정부의 해당 정책 취지엔 공감하지만 이외에 근로자의 임금을 보전해주는 정책 등도 수반돼야 근로자도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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