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검찰 관계 되새기며 '중립성 보장' 약속 불안하게 바라봐

 문 대통령 "국정원에 충성요구 않겠다" ··· 지지자들 "안 돼요 안돼"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을 찾아 업무중 순직한 국정원 직원을 기리는 '이름없는 별' 추모석에 앞에서 직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정원을 찾아 '정치적 중립'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지지자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고 있다. 검찰의 중립성 보장을 약속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후 검찰에 의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0일 오후 내곡동 국정원 청사를 찾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나는 여러분에게 분명히 약속한다. 결코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 정권에 충성할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며"여러분이 충성할 대상은 대통령 개인이나 정권이 아니다.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국가와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조직과 문화를 혁신하는 개혁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지만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며 "그런 아픔을 겪으면서도 국정원을 훌륭하게 개혁하고 있는 서훈 원장과 여러분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박수를 보낸다"고도 말했다. 
  심지어 "국정원이, 여러분이 자랑스럽다. 지금까지 잘해 줬지만 갈 길이 멀다. 국내 정치정보 업무와 정치관여 행위에서 일체 손을 떼고 대북정보와 해외정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국정원의 본령을 지키는 것이 이 시대에 여러분과 내가 함께 해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국정원의 개혁 의지에 대한 신뢰와 앞으로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는 것과 달리 지지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연 국정원을 끝까지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게 골자다.
  이같은 우려에는 근거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검찰과의 관계에서 얻은 뼈아픈 경험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취임 직후 '검사와의 대화'를 여는 등 검찰을 정권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검찰은 결코 중립적인 검찰이 되지 못했다. 집권 내내 노무현 정권과 부딪치며 비수를 꽂아댔고 퇴임 후에는 결국 '논두렁 시계' 등 망신주기까지 자행하며 노 전 대통령을 서거로 내몰았다.
  이번 문 대통령의 국정원에 대한 신뢰가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실제 진보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문 대통령의 국정원 중립 보장 기사와 댓글에는 "김하영, 양지회 등을 털어내지 않는 않는 한 절대로 안 변할 걸요?", "근 10년 동안 보수정권을 향해 부역해온 그들이 참 잘도 변하겠네요", "절대시계 - 일베와의 관계는 다 밝혀졌나요?", "대통령은 믿지만 국정원을 어떻게 믿어요", "과연 지금까지 국정원의 뭐가 청산됐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오염된 부위부터 도려내야죠. 그러고 나면 남아날가 모르겠네요", "그러다 정권 바뀌면 또 뒤통수 맞아요", "댓글 달던 그 많던 분들 국정원서 잘렸다는 이야기 못 들었는뎁쇼?" 등등 불안과 불신의 반응들이 넘쳐났다. 

  김재명 기자 lapa8@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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