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에서 관광산업 육성으로 지역 발전 패러다임 전환
‘모든 길은 관광으로 통한다’ 모토로 프로그램 확충 잰걸음
식장산·대청호 등 자연환경, 대전역 등 역사문화 자원 연계
거쳐 가는 지역 아닌 머물러 갈 수 있는 관광 인프라 확대

민선 7기, 대전 자치구 구청장들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구정 인수위원회를 통해 구정의 방향을 설정하고 공약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취임은 순탄치 않았다. 태풍의 북상으로 취임식을 일제히 취소한 채 재난현장을 찾아야 했고 장마가 끝나자마자 폭염이 지속되면서 지역민의 안전을 살펴야 했다.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바쁜 일과 속에서 민선 7기, 저마다의 구정 비전 달성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구청장들을 만나 민선 7기 대전 기초지자체의 미래 모습을 들여다봤다.

 

3선에 도전하는 현직의 아성(牙城)을 뚫고 황인호(59) 청장이 동구호의 새로운 선장으로 등극했다. 한현택 전 청장으로부터 키를 넘겨받은 황 청장은 구정의 방향을 ‘현장 중심의 열린 행정, 구민이 함께하는 공정 행정, 미래를 여는 혁신 행정’으로 정했고 민선 7기 동구의 슬로건은 ‘Exciting(익사이팅) 동구’로 결정했다. ‘지역발전을 위해 주민과 함께 신바람 나게 달리겠다’는 황 청장이 의지가 엿보인다.

◆이름 세 글자보단 족적

황 청장은 “동구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무소의 뿔처럼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독불장군처럼 주관대로 하겠다는 게 아니라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구민과 함께 지역의 발전만 보고 묵묵히 가겠다는 의미다. ‘진정성’, ‘신뢰’, ‘낮은 자세’로 대표되는 신념의 키워드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이유다.

“20년간 지방 의정활동에 몸담으며 준비하고 꿈꿔왔던 지역의 발전적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현실로 펼쳐보이고자 합니다. 이름 세 글자보다 제가 한 일이 더 오래 기억되는 구청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너무도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청년의 고민, 가슴에 담겠습니다. 어르신의 외로움, 가슴에 품겠습니다. 주민의 목소리, 늘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청춘의 꿈, 서민의 편, 동구 발전의 힘이 되겠습니다.”
 

◆지역발전의 패러다임 전환

숨 쉴 틈 없는 지난한 선거 레이스에서 몸은 녹초가 됐지만 황 청장은 ‘새로운 가치의 동구, 신바람 나는 동구’를 만들겠다고 외쳐온 터다. 취임하자마자 태풍에 따른 재난안전을 챙기느라 감기몸살에 걸렸지만 취약지역 현장을 누볐고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폭염의 기세가 강해지자 쪽방촌으로 달려갔다. 요즘 황 청장은 동구를 동구답게, 새롭게 설계하기 위한 틀을 잡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지역 현황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작업이다. 물론 진단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20년에 걸친 의정활동 과정에서 이미 큰 줄기의 방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도시 발전 전략의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새롭게 만드는 것으로 개발사업의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오래된 것을 부수고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것보다 기존 마을과 주민이 새롭게 삶의 터전을 일궈나가는 것이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민의 자치 역량 속에서 지역발전의 동력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것인데 이와 같은 맥락에서 황 청장은 지역 리더들에게 주문했다. “지역을 지역답게 만들 수 있는 것, 그리고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스스로의 변화 속에서 삶의 모습을 바꿔 나가자”는 것을 말이다.

◆모든 길은 관광으로 통한다

민선 7기 동구의 변화상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낼 분야는 바로 관광 분야다. 황 청장이 구상하는 지역발전 모델의 키워드가 관광산업이다. 수동적이었던 관광산업 육성의 틀을 과감하게 깨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에서 지역발전의 동력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동구 인구 35만 명 회복을 위해 지금까진 정주환경을 개선하는데 몰두했는 데 이런 접근법은 ‘인구 따먹기’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지자체간 소모전일 뿐입니다. 동구엔 전국 철도역 가운데 유동인구가 다섯 번째로 많은 대전역이 있고 또 복합터미널도 있습니다. 대전의 주요 관문이 모두 동구에 있지만 대전지역 연간 관광객 470만 명 가운데 동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12%밖에 안 됩니다. 자연경관 자원이나 역사문화 관광 자원이 풍부하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 했습니다. 동구를 통해 유입되는 관광객이 그냥 지나치는 곳이 아니라 머물러 갈 수 있도록 만들어 관광을 통해 동구가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것입니다.”

황 청장은 조만간 문화관광과 신설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대전지역 구청에선 시도된 적이 없는 파격이다. 황 청장은 “생각 같아선 문화관광국을 신설하고 싶은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 그게 안타깝다”며 관광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축제의 재발견과 창의적 연결

황 청장이 구상하는 첫 번째 관광 축은 바로 자연환경이다. 지역이 품고 있는 천혜의 자연관광 자원을 연결해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지역발전의 활력을 창출해낸다는 복안이다.

“관광산업에서 아류는 오래 가지 못 합니다. 창의적이어야 합니다. 동구엔 식장산과 대청호라는 천혜의 관광자원이 있습니다. 식장산은 가장 아름다운 대전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국적인 명소이고 대청호는 ‘내륙의 다도해’로 불릴 정도로 빼어난 자연경관을 품고 있습니다. 대청호반엔 특히 전국 최장 ‘회인선 벚꽃길’도 있습니다. 식장산 대한민국 1호 숲 정원 조성과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신설 등을 골자로 한 관광벨트를 구축할 것입니다. 또 선택과 집중의 관점에서 축제를 재정비하고 우암사적공원, 이사동 한옥마을에 대한 관광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만인산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관광지도를 그려나갈 것입니다. 관광기반시설과 축제 등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다양한 관광 브랜드를 창출해 동구 발전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겠습니다.”

◆역사·문화 자원도 관광산업화

대전 동구의 최고 자산은 역시 대전역이다. 대전역 자체가 바로 동구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그래서 황 청장은 대전역을 중심으로 한 관광 축을 별도로 구상하고 있다. 대전역 인근을 한국전쟁을 테마로 한 역사문화관광 메카로 육성할 계획이다. 스토리텔링의 소재도 다양하다. 1905년 경부선 개통과 철길을 따라 동구의 역사도 다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구엔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역사문화 자원도 풍부합니다. 대전의 뿌리가 바로 동구이기 때문입니다. 대전은 철도가 개통되면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철도와 관련한 이야기가 많은데 특히 한국전쟁 당시 김재현 기관사 등 우리 철도요원들이 이원역에서 미카 3-129호를 타고 당시 북한군이 점령한 대전역으로 미군 장교를 구하러 간 ‘딘 소장 구하기’라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같은 실화가 전해집니다. 이런 스토리들이 동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대전역세권 개발사업, 국립철도박물관 유치, 호국철도역사공원 조성 등 현안사업을 성사시키겠습니다. 산내 골령골 평화추모공원(조성 예정), 옛 대전형무소 등과 연계한 관광 콘텐츠를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특히 딘 소장 구출작전 이야기는 반드시 영화로 제작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내년 7월 19일 고(故) 김재현 기관사 추모식엔 미국 국방부 관료들도 초청해 이 위대한 이야기를 매개로 철도관광도시 동구를 알려나갈 것입니다.”

글=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황인호 대전 동구청장은
1958년생으로 현암초·대전동중·보문고·충남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국립한국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제3∼6대 내리 4선 동구의원, 그리고 제6대 대전시의원을 거쳐 동구청장이 됐다. 20년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시·구 예산으로 해외연수를 단 한 차례도 가지 않았을 정도로 강직한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