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에 대한 대응 효문화중심도시로 타개
구민회관, 한밭야구장 신축 등 원도심 활성화
진정한 지방분권 실현 위한 노력도 지속 전개
구청장으로서 마지막 임기, 공약 실현 마무리

민선 7기, 대전 자치구 구청장들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구정 인수위원회를 통해 구정의 방향을 설정하고 공약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취임은 순탄치 않았다. 태풍의 북상으로 취임식을 일제히 취소한 채 재난현장을 찾아야 했고 장마가 끝나자마자 폭염이 지속되면서 지역민의 안전을 살펴야 했다.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바쁜 일과 속에서 민선 7기, 저마다의 구정 비전 달성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구청장들을 만나 민선 7기 대전 기초지자체의 미래 모습을 들여다봤다.

대전의 미래에 있어 중구 원도심은 핵심 화두 가운데 하나일 수밖에 없다. 원도심이 자생적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 하면 대전 전체의 발전은 그만큼 늦어진다. 박용갑(61) 중구청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선에 이어 내리 3선 구청장으로서의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큰 만큼 박 청장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공약한 굵직한 프로젝트를 현실화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노인정은 늘고 어린이집은 줄고

중구는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14%를 넘는 ‘고령사회’ 단계에 진입해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다. 현재 이 비율은 16.6%를 기록하고 있다. 대전 자치구 중 가장 높다. 1990년대 둔산 신도심 개발과 맞물려 도시 활력이 저하된 탓이다. 다양한 원도심 공동화 방지책들로 그 속도를 늦추곤 있지만 노령화의 흐름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청년 유입을 통한 도시 활력 충전도 중요하지만 고령사회 맞춤형 정책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무척 덥습니다. 어머님이 살아계셨으면 집에 찾아가 이것저것 챙겨드렸을 텐데 안타깝네요. 중구는 대전을 키운 엄마 같은 도시입니다. 어르신들이 참 많죠. 그래서 이 분들이 잘 살아가시도록 하는 게 중요한 관심사항 가운데 하나입니다. 구청장이 솔선수범하고 직원들이 본받아 어르신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요즘 물질적으로 많이 풍요로워졌지만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기본질서는 흐트러지고 도덕적 가치도 해이해졌습니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효(孝)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상상하기 힘든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효문화중심도시를 향한 발걸음을 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박 청장은 현재 행평근린공원을 예정지로 한 사업비 301억 원 규모의 뿌리공원 2단지 조성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효문화중심도시로서의 핵심 인프라라는 의미도 있지만 대전오월드, 보문산공원 등과 연계된 관광벨트 구축 측면에서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뿌리공원 2단지 조성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사업’ 국가용역계획 거점사업으로 최종 선정돼 최근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이와 함께 출산율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달부터 첫 번째 출생아에 대해서도 3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대전 최초로 만 3∼5세 유아누리과정 아동에 대한 자액보육료 중 부모부담액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또 긴급보육 바우처 초과시간 사용분도 전액 구비로 지원한다.

◆중구의 숙원, 구민회관 건립

서구엔 4곳, 유성구엔 2곳, 동구와 대덕구에도 1곳이 있지만 중구에만 없는 것이 있다. 바로 1000석 이상의 공간이다. 960석 규모의 시민회관이 예술가의집으로 바뀌면서 현재 중구엔 150석 규모의 공간만 남았다. 중구지역 예술단체들은 공연장 물색을 위해 전전긍긍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대전시민공원 야외음악당 부지에 1000석 이상 규모의 구민회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원 소유권 관련 소송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웠지만 지난해 말 소송이 종결됐기 때문에 이제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시가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한 상태인데요, 저는 한 가지 더 희망사항이 있습니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공원 지하공간에 대규모 주차장을 조성하길 기대합니다. 이 지역 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꼭 필요합니다. 원도심 활성화의 기폭제 역할도 할 것입니다.”

원도심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박 청장은 독립운동가의 거리 조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박 청장의 ‘뿌리’에 대한 신념과 맞닿아 있다.

“충남도청 이전으로 상권이 쇠퇴한 옛 충남도청 뒷길 일원에 약 5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특화거리를 조성합니다. 도청사는 일제강점기 총독부로서 억압의 상징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일제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를 기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독립운동 홍보관이 들어선 독립운동가 거리가 완성되면 지역 상권은 물론 문화예술계에도 또 다른 기회를 선사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핫이슈로 떠오른 한밭야구장 신축

독수리군단 한화의 비상과 맞물려 대전에선 한밭야구장 신축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시가 야구장 신설을 위한 용역비를 추경예산안에 편성하면서 첫 발을 뗐다. 물론 가야할 길은 멀다. 야구장 형태부터 재원 마련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화이글스 팬 입장에선 요즘 신나는 일이 많겠지만 야구장 주변 주민들은 큰 불편을 감내하고 있어요. 소음 때문에 생활도 불편할 뿐더러 아이 키우는 부부들이 동네를 떠나고 있습니다. 주차 문제도 심각합니다. 현재 시는 새 야구장을 2만 2000석 규모 문화·예술·공연·쇼핑 등이 어우러진 스포츠 콤플렉스로 건설할 예정인데 어떤 식으로든 신축 야구장은 돔 구장이 돼야 합니다. 당장 예산이 문제라고 하는데 긴 안목으로 보면 돔 구장이 훨씬 이득입니다.”

박 청장은 신축 야구장을 원도심 활성화의 기반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도 고심하고 있는데 지하상가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지하상가는 대흥동성당까지 와 있습니다. 지하상가를 야구장까지 연결하는 사업이 병행된다면 원도심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지하철역을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교통·주차 문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자치분권

온전한 지방자치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모든 것을 기획하고 지자체는 예산을 받아 집행하는 방식의 비효율성이 곳곳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 청년실업 등 다양한 문제의 원인은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는데 정부가 모든 권한을 쥐고 있으니 정책 시행의 효과가 떨어지는 거다.

“재개발·재건축 등에 따라 원도심엔 폐공가가 많습니다. 마을 공동체 환경을 저해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전수조사를 했습니다. 중구에 355채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2015년 정비에 나서 폐공가를 철거하고 텃밭이나 주차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공공의 이익이 커지는 성과가 확산되자 시가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어떻게 기초지자체가 할 수 있느냐. 주민과 가장 밀접한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못 하죠. 자치분권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자치조직, 예산, 입법권을 대폭 이양해야 국가 혁신을 이룰 수 있습니다.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간 분권도 더욱 가속화돼야 합니다. 예산으로 줄 세우는 문화도 적폐입니다. 기초단체가 활기차게 일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합니다. 겉모습만 분권이 아니라 실질적 분권을 이루기 위해선 기득권을 쥐고 있는 정부와 광역자치단체가 조건 없이 권한을 분배해야 합니다.”

글=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은
1957년생으로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했다. 한밭대에서 학사와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민선 4기 지방선거(중구청장)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셨지만 이후 민선 5기와 6기에 이어 7기까지 내리 3선에 성공했다. 득표율도 처음 39.5%에서 50.9%, 이번엔 65%를 얻어 입지를 굳혔다. 실제 만나보면 영화배우 황정민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닮았다. 영화 속에서 그의 이미지처럼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추진력도 닮았다. 이제 구청장으로선 마지막인 민선 7기 임기동안 원도심을 활성화 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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