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노회찬 전 정의당 원대 대표의 유서 내용 중 일부다.

그는 그러면서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 그러나 책임은 져야 한다“는 심경을 유서에 남겼다.
얼마나 비통한 심경이었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정의당은 앞으로 당당히 나가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는 똑 같은 전철을 밟지 말라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그는 지난 23일 모친과 동생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찾아가 투신, 통한의 생을 이같이 후회하며 마감했다. 참으로 안타깝고 비통한 선택이다.

한국 정치사에 진보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그가 처참한 최후를 선택한 것은 단 한 가지, 떳떳하고 당당하지 못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 때문이다.

그가 정치인이면 누구나 받는 떳떳한 정치자금을 받았다면 투명한 절차를 거쳤어야 맞다.

아무리 떳떳한 정치자금을 받았어도 투명한 과정이 없으면 그건 불법 정치자금 수수다. 현행 정치자금법이 그렇다.

그런데 그가 그런 절차를 밟지 않은 이유가 뭘까? 석연찮은 점은 많지만 그는 남은 이들에게 숙제로 남기고 갔다.

노 전 의원은 그동안 국민들이 보냈던 신뢰가 이번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혹으로 떨어질 때 무척이나 견디기 힘들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청렴 정치인의 대명사로 꼽혔던 그로서는 사실 여부를 떠나 정말 괴로웠을 게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연민의 정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인간 노회찬은 너나할 것 없이 미워할 수 없는 정치인이다. 너무나 서민적이고, 사이다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투명하지 못한 정치자금 때문에 통한의 유서를 남기고 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사에서 “출발은 공정하고 과정은 투명하며 결과는 당당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곁에서 이를 지켜 본 노 전 원대 대표는 투명한 과정을 거치지 못해 통한의 생을 마감했다. 문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노 전 의원의 사망 소식에 대해 “진보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한 분인데 정말 가슴 아프고 비통한 심정이다”라며 “깊이 애도한다”고 밝혔다.

남은 정치인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교훈이다.

기자는 이참에 정치인들에게 고하고 싶다.

통한의 유서를 남기지 않으려면 초심으로 돌아가서 스스로 반성하고 다시 시작하라고….

윤기창 kcyoon2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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