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 대전 자치구 구청장들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구정 인수위원회를 통해 구정의 방향을 설정하고 공약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취임은 순탄치 않았다. 태풍의 북상으로 취임식을 일제히 취소한 채 재난현장을 찾아야 했고 장마가 끝나자마자 폭염이 지속되면서 지역민의 안전을 살펴야 했다.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바쁜 일과 속에서 민선 7기, 저마다의 구정 비전 달성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구청장들을 만나 민선 7기 대전 기초지자체의 미래 모습을 들여다봤다.

서구 유권자는 장종태(65) 청장에게 다시 한 번 지역의 살림을 맡겼다. 압도적인 지지였다. 그만큼 재선 구청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장 청장은 재선 성공의 원인으로 신뢰와 소통을 꼽았다. 약속한 건 지킨다는 믿음과 투명한 행정에 기반한 소통이 있었기에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얻었다고 장 구청장은 설명한다. 그래서 더 앞으로의 4년에 대한 책임감이 무겁다. 장 청장은 취임식과 인연이 없다. 2014년 처음 구청장에 당선됐을 땐 세월호 참사로 대외적인 취임식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어서 자발적으로 취임식을 열지 않았고 이번엔 태풍으로 인해 취임식을 취소했다. 2014년엔 장애아동보호시설에서, 올해엔 호우 피해 현장에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취임식조차도 허락받지 못한 박복한 운명이지만 그 운명을 장 청장은 원망하지 않는다. 4년 뒤 값진 결실을 맺는 게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 사람중심 함께 행복한 서구

장 청장이 추구하는 구정의 중심엔 ‘사람’이 있다. 정치·행정의 존재 이유도 결국 사람, 주민의 행복한 삶에 있기 때문이다. 이 명제의 중요성은 장 청장 스스로가 더 잘 안다. 정규교육과정을 밟지 못 할 정도로 가난했던 ‘흙수저’에서 인구 50만 명에 육박하는 거대한 도시의 곳간 열쇠를 맡게 되기까지 그 삶의 족적이 그의 가치관과 정치철학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서구의 미래가 구민 하나하나, 동네 하나하나의 만족에서 비롯된다는 믿음도 여기서 나왔다.

“민선 7기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주민의 자치역량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지난 촛불혁명에서 보여졌듯 국민의 참여 의식은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구정도 이 눈높이에 맞춰합니다. 지역 오피니언 리더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여기서 진정한 지역 발전의 아이디어를 발견해야 합니다. 지방분권·자치분권의 원동력도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장 청장은 주민참정조례 제정을 통해 1004명으로 구성된 ‘1004 구정참여단’ 운영으로 구정에 대한 피드백을 더욱 강화하고 동 주민참여예산제 확대, 주민자치위원회 권한·위상 강화, 마을활동가 아카데미를 통한 커뮤니티간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지역발전을 주도하는 동네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또 ‘서구 더 행복커뮤니티’(온라인) 운영으로 구민 참여의 폭을 넓히고 작은도서관, 보육시설, 문화공연장을 대폭 확대한 ‘복합커뮤니티센터’를 구축하는 한편 더불어마을캠프를 운영해 마을공동체의 힘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장 청장은 지방분권·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법·제도적 뒷받침의 시급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청와대의 분권 개헌안이 도출됐지만 6·13 지방선거와의 동시선거가 국회의 파행으로 무산됐어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시급히 지방분권·자치분권의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서구의 경우 한 해 예산이 6000억 원 정도 되는데 이 중 60%가 복지정책에 쓰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직원 인건비 등 법적·의무적 경비입니다. 구청장이 주민 생활, 지역의 발전을 위해 쓸 수 있는 예산은 200억 원 안팎에 불과합니다.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정부와 광역단체가 권한을 기초지자체로 이양해야 높아진 국민의 참여 의식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대장정

지난 4년간 지역 균형발전의 토대를 만들어온 장 청장은 민선 7기에선 권역별 특성화에 기반한 균형발전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 이 역시 주민 자치역량을 강화하는 지향점과 같은 맥락이다.

“구민의 행복이 따로 있을 순 없습니다. 중심권에 산다고 행복하고 외곽에 산다고 불행해선 안 됩니다. 다 같은 구민입니다. 함께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서구는 지역적 특색과 주민의 라이프 스타일에 기초해 지역을 4개 권역으로 나눴습니다. 둔산권은 푸르게 잘 가꿔 살고 싶은 도시로, 도마동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은 개발과 생활인프라 강화를 통한 사람이 돌아오는 곳으로, 관저동을 비롯한 신도심권은 공공기관 유치를 통한 활력이 넘치는 곳으로, 기성권은 청정지역 보존을 통한 휴식과 치유의 공간으로 관리할 계획입니다.”

둔산권의 경우 사이언스문화예술벨트·창업스타트업타운·헬로시티둘레길·물순환선도도시·황톳길·둔산센트럴파크·어린이물놀이장 구축 사업이, 신도심권에선 중증장애아동재활병원·더불어마을캠프·도안근린공원 유아숲체험원 조성 사업이, 원도심권에선 도마동도시재생뉴딜·복수-정림간 도로개설·도마용문역세권 지원사업·원도심문예회관 건립 등의 사업이, 기성권역에선 노루벌 구절초 테마파크 및 체험공원·에너지자립마을·장태산 산림정원 및 둘레길 조성사업이 계획되고 있다. 다양한 개발사업 속에서 장 청장은 원도심 발전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불균형 발전에 따른 격차는 서구 전체적인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확신에 따른 거다.

“민선 6기 시작과 함께 가장 먼저 한 일이 균형발전기본계획 수립입니다. 신도심의 급격한 성장과 맞물려 지역간 격차가 커진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균형발전정책을 4년간 꾸준히 진행한 결과 이제 원도심 개발이 본격적인 출발선상에 서게 됐습니다. 민선 6기 시작점에서 원도심 재개발·재건축 지정이 된 곳이 24곳이었어요. 그런데 진도가 나간 곳은 한 곳도 없었어요. 그래서 지역민 의지가 약한 12곳은 지정을 해제하고 가능한 지역에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재개발지역은 개발을 서두르고 나머지 지역에 대해선 재생사업을 통해 개발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뉴타운 방식이 아니라 주민 자치 역량을 더 키워 도시재생 뉴딜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지역개발의 모델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 지속가능한 도시의 조건, 녹색혁명

올 여름 폭염은 그야말로 핫이슈다. 회색 빌딩으로 가득한 도심의 열기는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다. 한낮 콘크리트가 품은 열기가 더해지는 열섬현상은 도시민을 더욱 지치게 만든다. 갈수록 가혹해지는 환경의 변화에 맞춰 도시의 모습도 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와 같은 녹색공간의 확충은 이제 모든 도시가 갈구하는 로망이 되고 있다.

“대전 서구 공공기관 주변엔 다양한 녹색공간이 조성돼 있어요. 둔산대공원·한밭수목원·둔지미·샘머리·보라매공원 등이 있죠. 그런데 이 녹지들은 아스팔트·콘크리트 도로로 단절돼 접근성을 떨어트리고 이로 인해 공원 이용도가 낮아지는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녹지공간을 하나로 연결한다면 다양한 녹지정책과 수자원관리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이 같은 도심 속 생태축 완성은 서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해 관광자원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서구는 개별 녹지공간을 오버브릿지로 연결하는 데만 1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추진하기엔 벅찬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현재 대전시와 사업 추진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글=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은
신문과 껌을 팔아가며 초등교육 과정을 마친 전형적인 ‘흙수저’지만 땀으로 꿈을 적셔 재선 구청장의 반열에 올랐다.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이뤄낸 꿈이다. 그래서 새루운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인물로 평가 받는다. 중·고등학력은 검정고시로 인정받았고 목원대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다. 행정학 박사학위는 대전대에서 받았다. 민선 7기에서 소외와 격차가 없는 행복도시, 조화로운 균형도시, 뿌리가 튼튼한 일자리도시, 주민이 주인인 자치도시, 사람이 먼저인 인본도시를 구현하겠다고 공약했다. 민선 6기 장 청장의 공약추진율은 98.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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