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짜 백신, 제약회사·보건당국의 검은 민낯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가짜 백신 소동이 큰 파문을 일었다.

수십만 개의 불량 백신이 유통돼 영유아에게 접종된 중국의 '백신 스캔들' 주범은 제약회사와 보건 당국의 유착과 부패 관행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국 제약기업 '창춘창성(長生)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우한생물제품연구소'는 품질 미달에 생산 데이터까지 조작된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백신과 광견병 백신을 대량으로 판매했다가 발각되자 이를 전량 회수했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창춘창성과 우한연구소가 생산한 DPT 백신 등을 접종한 영유아는 산둥(山東) 성과 허베이(河北) 성을 중심으로 36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분노한 부모들의 원성이 극에 달하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까지 나서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다. 또 전날 가오쥔팡(高俊芳) 창성바이오 회장과 임원 4명이 전격 체포됐다.

한편, 창성바이오의 급속한 성장도 기술력이 아닌 보건 당국과의 유착과 특혜에 의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해 창성바이오가 마케팅과 판매 비용으로 쓴 돈은 5억8천만 위안(약 960억원)에 달했지만, 연구개발에 투입한 돈은 고작 1억2천만 위안으로 5분의 1에 불과했다.

더구나 마케팅 비용의 상당 부분은 보건 당국에 대한 뇌물 등으로 쓰인 것이었다.

지난해 8월 허베이 성 법원 판결에 따르면 이 지역 질병통제센터의 책임자였던 왕펑은 창성바이오의 판매책임자로부터 16만4천 위안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8년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펑파이(澎湃)망은 창성바이오가 지난 17년간 안후이(安徽), 허난(河南), 푸젠(福建), 광둥(廣東) 등에서 12건의 뇌물수수 사건에 관련됐다고 전했다.

창성바이오뿐 아니라 중국 제약업계 전반에 뇌물 제공 관행이 만연했고, 이것이 백신 스캔들을 초래한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에는 국가식품약국감독관리총국의 고위 관료였던 인훙장이 9개 백신 제조업체에서 300만 위안(약 5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고 불량 백신의 인허가를 돕다가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수년 전에는 국가식품약국감독관리총국의 수장이었던 장샤오위가 거액의 뇌물을 받고 임상시험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약품을 허가해 줬다가 사형 선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처벌 규정은 미약해 품질 미달의 의약품을 판매했다가 적발돼도, 그 벌금은 해당 약품 판매액의 3배에 불과하다.

불량 DPT 백신을 생산한 창춘창성에 보건 당국이 부과한 벌금도 고작 340만 위안(약 5억6천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이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이 5억6천600만 위안(약 950억원)에 달한 것에 비춰보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다.

중국 보건당국 관계자는 "한 해 중국에서 생산되는 10억 개의 백신 가운데 검사를 거치는 것은 5%에 불과하며, 그 검사도 제약회사가 제공한 데이터에 의존해 이뤄진다"며 "부패행위가 적발돼도 처벌규정이 워낙 미약해 제약회사들은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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