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 공약 ‘자치분권 실현’에 역량 집중
“주민 스스로 삶을 바꾸는 정치 펼칠 것”
유성관광특구 위기론에 적극적으로 대응
온천테마파크 조성 구체화에도 힘 실어

민선 7기, 대전 자치구 구청장들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구정 인수위원회를 통해 구정의 방향을 설정하고 공약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취임은 순탄치 않았다. 태풍의 북상으로 취임식을 일제히 취소한 채 재난현장을 찾아야 했고 장마가 끝나자마자 폭염이 지속되면서 지역민의 안전을 살펴야 했다.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바쁜 일과 속에서 민선 7기, 저마다의 구정 비전 달성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구청장들을 만나 민선 7기 대전 기초지자체의 미래 모습을 들여다봤다.

시작부터 살얼음판이었다. 험난한 경선을 뚫고 본선에 올라 약 2주간의 공식 선거운동을 거쳐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까지 노심초사였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뭘 그리 고민하느냐는 격려도 있었지만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 조심 또 조심할 수밖에 없는 게 후보자의 운명이다. 이 살 떨리는 과정을 무사히 지나 정용래(50) 대전 유성구청장은 조연에서 당당히 주연으로 캐스팅 됐다.

◆ 주민의 삶을 바꾸는 정치

정 청장의 선거 공약 맨 앞에 자리 잡은 건 조금은 뜬금없는 ‘자치분권도시 실현’이다. 선거판에서 잘 와 닿지 않는 주제임에도 ‘주민이 주도하고 마을이 중심이 되는 자치분권 도시를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떠나 그만큼 ‘자치분권’은 정 청장의 정치철학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당내 경선에서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 면접이 있었는데 출마 동기를 묻더라구요. 이 질문에 ‘자치분권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지방분권·자치분권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데 그 준비를 잘 해놓아야 합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지방정부가 권한만 내려 받으면 지방자치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갈 수도 있어요.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비로소 진정한 자치분권 시대를 열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국민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을 이해하고 소통과 조정 능력을 겸비한 제가 문재인정부의 자치분권시대를 여는 구청장이 되겠다’고 외쳐온 정 청장은 지역공동체지원센터 건립, 마을 커뮤니티 공간 5곳 조성, 주민참여플랫폼 구성, 주민축제준비위원회 상설화, 독거노인 공동생활 그룹홈 시행, 청소년과 어르신을 위한 또래공감 프로그램 운영 등을 자치분권도시 실현의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겠습니다. 구민이 행정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습니다. 주민 스스로 ‘내 삶, 우리 마을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길을 열어가겠습니다. 지금은 대전시장이 되신 허태정 전 구청장께서 주민자치의 기초 역량을 다져 놓으셨기 때문에 그 위에 잘 다듬어진 자치분권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치·분권에 대한 뚜렷한 소신

민선 7기 유성구정을 규정할 가장 큰 정책 브랜드는 역시 차별화된 자치분권이다. 인구 구성 측면에서 보면 유성구는 대전에서 가장 젊은 도시라고 할 수 있고 그래서 정치·행정에 대한 주민 참여 욕구가 그만큼 크다. 이 부분을 간과하거나 놓치면 ‘민심이반’이라는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지방분권·자치분권에 대한 정확한 로드맵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우선 기초지자체가 지방정부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는 자치분권을 실현하려면 정부의 권한 이양, 즉 지방분권이 전제돼야 합니다. 지역마다 정책적 수요가 다른데 정부가 천편일률적으로 예산을 내려주는 지금과 같은 구조에선 기초지자체의 운신의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정부가 틀어쥐고 있는 권한, 특히 재정권을 지방에 돌려줘야 기초지자체가 온전한 지방정부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문재인정부의 지방분권·자치분권 로드맵 역시 이 흐름에 있기 때문에 유성구는 선제적으로 이 흐름에 앞서 자치 훈련을 해 온 것이죠. 주민참여예산제나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는 지역 커뮤니티 육성과 같은 노력들이 자치분권도시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구민 스스로가 책임감을 갖고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역량을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반드시 만들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다 함께 더 좋은 유성’을 향해

민선 7기 유성구의 슬로건은 ‘다 함께 더 좋은 유성’이다. 구민 모두 주인의식과 적극적 참여로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은 유성을 만들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주민참여와 권한을 확대해 주민 중심의 선순환 자치분권을 실현하고 대덕특구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지역사회로 최대한 연결시키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민이 주인이 되는 자치분권 실현의 중요성은 앞서 말씀 드렸고 또 다른 중요한 정책적 방향은 생동하는 지역경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허태정 대전시장의 중요 시정 현안인 ‘4차산업혁명특별시, 대전’을 완성하는 데 유성구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대덕특구의 과학기술이 상용화되고 여기서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과학기술 상용화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바로 유성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학기술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입니다. 과학기술 출연연, 청년, 벤처, 금융 등 4차산업혁명의 키워드들이 유기적·화학적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들을 창출해 성공 모델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등 과학기술 관련 기관들과 머리를 맞대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활발하게 유통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겠습니다. 또 유성 온천로 일대와 대덕특구 일원에 문화예술의 거리 등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지역경제를 더욱 활성화하겠습니다.”

◆위기에 직면한 유성관광특구

민선 7기 시작과 함께 시급히 풀어야할 현안이 생겼다. 바로 유성관광특구의 위기론이다. 호텔리베라유성 폐업에 이어 아드리아호텔 폐업 소식까지 겹치면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표류하고 있는 계룡스파텔 유휴부지를 활용한 온천테마파크 조성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년 넘게 걸린 것 같습니다. 이 계획안을 들고 처음 정부와 이야기 할 때 정부(국방부 등)는 계룡스파텔 부지를 통째로 넘겨달라는 줄 알고 심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많은 오해들이 풀리고 긍정적 기류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카이스트교를 예로 들어볼까요? 2009년 제가 특구재단에서 근무할 때 기획재정부에 가서 사업 얘기를 하면 단칼에 거절을 당했어요. 교통량 분석 등 정부의 기준엔 안 맞지만 4∼5년 부딪치니까 되더라구요. 마찬가지입니다. 유성관광특구가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온천테마파크 건립의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겠습니다. 논리를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부딪칠 생각입니다.”

정 청장은 이와 함께 봉명동 일대를 문화예술의 거리로 조성하고 유휴부지를 활용한 도심형 가족캠핑장 개설도 검토하고 있다. 관광객이 체류하면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가족휴양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 성장하는 도시, 현안사업도 늘어

유성구는 현재 인구 40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인구가 늘면서 도시는 확장하고 그래서 관련 인프라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정 청장이 신경써야할 현안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사업과 유성복합터미널 조성, 도시철도 2호선, 하수종말처리장 이전, 용산동 현대아웃렛 조성, 매봉근린공원 민간특례사업, 갑천친수구역 조성사업 등 정부와 시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들이 즐비하고 구 차원에서도 보건소 신축 이전, 유성종합스포츠센터 건립, 원신흥복합문화도서관 건립, 제2노인복지관 건립 등 인프라 사업이 많습니다. 이 현안 사업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역시 주민입니다.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공감대를 사업에 반영하는 절차를 거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사업의 완성도를 최대치로 높일 생각입니다.”

정 청장은 지역 특성 가운데 하나인 교육·보육 수요에 대한 정책 마련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청소년육성사업 및 청소년 진로진학사업 확대와 지역문제 해결형 대학협력사업 지원, 60청춘 취업교실 운영 및 도서관 실버사서 양성, 임산부를 위한 맘스라이브러리 설립, 출산여성 산후도우미 지원 및 소규모 육아 커뮤니티 지원 확대, 어린이집 성인지 교육사업 지원 및 청소년 데이트폭력 예방 교육 추진 등을 통해 기회를 열어주는 교육·보육 환경을 강화할 방침이다.

글=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중앙선대위 국가정책자문단 중앙위원, 조승래 국회의원 보좌관, 허태정 전 유성구청장(현 대전시장) 비서실장 등 늘 누군가의 그림자로 조력하다 지난 6·13 지방선거를 통해 처음 선출직에 당선됐다. 참모의 옷을 벗고 이제 결정권자로서의 책임감에 익숙해지는 과정에 있다. 대전에 뿌리를 내리면서 충남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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