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소방관들의 난청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 있다고 한다. 재난현장으로 출동하는 소방관들이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등의 대책은 미미한 상황이다. 소방관의 보건과 안전 문제를 전반적으로 점검해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소방관들이 가장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사이렌 소리로 인한 ‘소음성 난청’이다. 소방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수건강진단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직업병 판명을 받은 소방관 1만 9290명 중 절반에 가까운 48.9%(9430명)가 소음성 난청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소음성 난청으로 인해 공상으로 처리된 경우는 거의 없다. 2007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소음성 난청으로 인한 공무상 부상 요양 승인 건수는 2건에 불과하다. 특정 사건에 의한 직업병이 아닌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발생한 난청의 경우 공상으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소방청은 사이렌 소리를 더 키울 것이라고 한다. 1m 전방에서 110데시벨이던 사이렌 인증 기준으로 1.5m 전방에서 124데시벨로 강화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인증기준이 적용될 경우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사이렌 소리의 물리적 크기는 30% 정도 더 커지고 보행자는 사이렌 소리를 다소 크게 느껴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소방청이 사이렌 소리를 크게 키우기로 한 것은 소방차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지를 더 높여 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등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소방관들의 난청 등에 대한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소방차 출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사이렌 소리를 더 키우고 있지만 소방관의 청력은 더 타격을 받는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소음성 난청뿐만 아니라 소방관들이 화재, 구조, 구급활동, 생활안전, 그리고 훈련 등 직무를 수행하다가 부상을 입고 질병을 얻는 경우는 다른 직업군에 비해 월등히 많다. ‘국민안전의 버팀목’으로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지만 정작 소방관들을 위한 안전대책은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소방관들에 대한 직업병 등에 대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관심을 갖고 챙기는 법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소방관들의 부상이나 직업병 등에 대해 보다 세심하게 보살펴야 한다. 특히 소방관들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소음성 난청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지속적인 사이렌 소리에 의해 발병하는 것임에도 공상으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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