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때 사이렌 소리 30% 키우기로
소방관 직업병 1위 난청 대책은 전무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더 커진다. 운전자가 소방차 출동사실을 쉽게 인지하고 출동 중 도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위험을 줄이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소방차 사이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소방관에 대한 대책은 뒷받침 되지 않아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방청은 1m 전방에서 110데시벨이던 사이렌 인증기준을 1.5m 전방에서 124데시벨로 강화한다고 25일 밝혔다. 소방청에 따르면 현재 소방차 사이렌 소리는 20m 전방에서 90데시벨 수준으로, 창문을 닫은 채 에어컨과 라디오 등을 켜고 운행하는 차량 실내에선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일상 소음 수준인 56데시벨 정도로 들린다.

새로운 인증기준이 적용될 경우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사이렌 소리의 물리적 크기는 30% 정도 더 커지고 이렇게 사이렌 소리가 커지면 도로를 걷는 보행자는 사이렌 소리가 다소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방차에 대한 인지는 더 확실해지겠지만 사이렌 소리와 같은 지속적인 소음에 노출돼 발생하는 소방관의 직업병인 ‘소음성난청’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소방관들은 반복적으로 고주파 사이렌 소리에 노출되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기 쉽다. 출동하는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는 110데시벨, 이와 함께 경음기까지 추가로 울리면서 출동하는 경우 대화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소방 관계자의 전언이다. 소방차 출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사이렌 소리가 더 커지는 상황에서 소방관의 청력은 더 타격을 받게되는 딜레마가 생기는 셈이다.

소방관의 보건안전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도 태반이다.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수건강진단 결과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직업병 판명을 받은 소방관 1만 9290명 중 절반에 가까운 48.9%(9430명)가 소음성난청을 앓고 있다. 그러나 2007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소음성난청으로 인한 공무상 부상 요양 승인 건수는 2건에 불과하다. 특정 사건에 의한 직업병이 아닌 소음에 지속해서 노출돼 발생한 난청의 경우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와 부족한 인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소방관의 질병 환경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저를 포함해 같이 근무하는 많은 소방관들이 고질적인 난청과 이명을 갖고 있지만 직업병으로 인정을 받지 못 했다”며 “소방관 직업병 중 허리질환같은 근골격계 질환은 공상 판정을 받지만 난청을 포함해 불로 인한 유해환경 인자들에 대한 부분은 신경을 쓰지 못한 부분이 있다. 소방관의 지속적인 유해성 질병에 대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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