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컨테이너 생활 656일째
전기·수도시설 없이 ‘외로운 싸움’
오 신부 격려 새 국면 접어들어

‘세종 사랑의 일기 연수원’ 고진광 원장이 폭염에 쓰러져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더구나 연일 폭염경보가 발령되고 있는 가운데 전기시설도 갖추지 않은 컨테이너에서 정신을 잃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5일 오전 3시 46분 세종시 금남면 금병로 670 옛 사랑의 일기 연수원 자리에서 고 원장이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됐다.

고 원장은 이날 자신의 핸드폰을 이용해 119에 신고한 뒤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6일 세종119급대와 가족들에 따르면 119급대는 고 원장의 긴급한 신고를 받고 즉시출동, 컨테이너에서 쓰러져 있는 고 원장을 발견하고 대전 을지병원으로 후송했다.

고 원장은 후송된 이후 응급실에서 처치된 뒤 다음날 새벽에 의식을 되찾고 회복 중에 있다.이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온 음성 ‘꽃동네’ 오웅진 신부는 고 원장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오 신부는 “‘진정한 봉사의 영웅’이라며 고 원장이 너무 힘들고 외롭게 싸워 왔다. 이제부터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겠다. 함께 힘을 모아 사랑의 일기 연수원을 재 건립하자”고 위로했다.

이어 오 신부는 “21세기 대한민국 땅에 아직도 전기와 수도시설이 되지 않은 도시는 처음 본다”며 “세종시에 이 같은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 지난 2016년 ‘LH로부터 강제철거 당한 뒤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싸움은 지속되고 있다.

고 원장이 현재 거처로 사용하고 있는 컨테이너는 옛 연수원자리에 설치돼 있다. 연수원이 LH부터 강제철거 당할 시 유일하게 남아 연수원을 지키고 있었던 것. 이 컨테이너는 지난 6월 새 도로명 주소와 명판이 부여돼 고 원장의 공식 ‘눈물의 둥지’가 됐다. 앞서 행정주소지로 사용돼 주민세 등 각종 납부금이 고지됐다.

이곳에서 고 원장은 또 다른 꿈을 위해 도전하고 있었다. 120만 어린이들의 손길과 소중한 기록문화 유산 등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한 작업이다. 그러나 전기와 수도시설이 끊긴 채 극한 어려움 속에 이를 감내하기란 고통이 뒤따랐다.

고 원장은 이날도 지난 각종 자료와 유산 등을 점검하고 수집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강제철거로부터 비폭력 컨테이너투쟁에 들어 간지 656일째. 그는 폭염에 쓰러졌다.
모진 비바람과 찬 서리, 칼바람에도 끄떡없이 견뎌낸 그가 이번 폭염을 비껴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150만 점의 소중한 기록문화를 두고 떠날 수 없다는 그다.

오 신부는 “사랑의 일기연수원을 재 설립하는데 힘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세종사랑의 일기연수원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세종=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