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태양도시 올래 ②

대망새가 바가나치로 추대되고 5년이 흘렀다. 그 사이 팬주룽에서는 수많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노인들이 죽었다. 소리기와 아까비에게서 난 자식들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배라기도 어여쁜 짝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푸른돌은 자신의 결혼이 바가나치의 대업에 방해가 된다고 믿어 한사코 독신을 고집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바가나치 대망새와 미리은 사이엔 아이가 없었다. 어머니 멘도루는 아들 대망새를 이어 팬주룽을 다스릴 위대한 2세의 탄생을 손꼽아 기다리며 신당에 제물 올리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백발홍안에 백년을 살 것 같은 팬주룽의 정신적 지도자 솔롱고스가 죽었다. 향년 칠십 육세였다. 대망새는 거대한 바위아래 돌을 괴고 솔롱고스를 묻었다. 솔롱고스의 무덤 안에는 대망새가 이루어놓은 모든 역사를 매장했다. 이 무덤은 훗날 팬주룽의 문화를 종합적으로 집결해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대단한 유물이 될 것임에 틀림없었다. “……”

송진을 녹일 것 같은 여름이 가고 삽연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동안 올래는 해양도시로 번창해서 바다건너 주변사람들과의 교류를 할 정도였다. 노련한 매득의 능력과 올바가 만든 훌륭한 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올바는 대망새의 명을 받아 기어코 배를 만들어 냈다. 대망새가 꿈을 통해 본 요망지의 배 이야기를 참고로 하여 만든 것인데 크기가 대단히 크고 정교하기 그지없었다. 배의 바닥은 거대한 원목을 평평하게 깎아 어른 열 서너 명이 탈 정도로 넓었고, 둘레는 판자를 켜켜이 대고 정교한 이음매로 연결했다. 판자의 사이사이에는 끈적끈적한 나무진액을 발라 건조했기 때문에 물이 들어오지 않았다. 참나무를 판재로 쪼갠 뒤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쌓아올린 맬싹의 우물이야기를 해 준 대망새로부터 실마리를 얻은 것이다. “……”

가을이 끝나가던 어느 날, 대망새는 름과 소리기 등 신료들을 대동해 올래를 보러 가기로 했다. 대망새는 비게질을 하고 있는 하얀 갈기의 말에 여우 털로 만든 안장을 올렸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말의 갈기에서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미리은과 나머지 신료들은 적갈색 말에 올라 흙먼지를 일으키며 남으로 달려갔다.

강변마을을 지나 댕글라가 보였다. 대망새 일행은 댕글라에 잠시 들러 목을 축이고 요기를 했다. 댕글라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백여 명이 안 되었다. 사람들은 바가나치와 일행을 신처럼 떠받들어 모셨다. 대망새는 일일이 사람들의 손을 잡고 안부를 물었다. 팬주룽의 위대한 바가나치가 댕글라를 떠나자 백성들은 눈시울을 적시며 손을 흔들었다.
말들은 평활한 들판을 달려 올래에 도착했다. 말이 없었으면 보름이상 걸렸을 거리였지만 한 나절이 조금 지나자 올래드르가 보였다. 대망새는 가만히 하늘을 보며 꿈결 같은 과거를 회상했다.

(이곳에서 수많은 전투가 있었다. 비죽과 고다리가 이곳에서 죽었다. 골개도 죽었다. 그들은 팬주룽의 영웅들이었다. 그런데 왜 죽어야만 했는가……, 대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권력에 눈이 멀어 사람들을 지배하려고만 했기 때문이다. 그들도 욕망을 가지고 꿈을 꾸었다. 그러나 그들은 사람들과 함께 꿈을 꾸지 않았다. 그들의 꿈은 자신의 욕구충족을 위한 배설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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