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무덥고 후덥지근한 날에는 일상을 벗어나 시원한 계곡에 숨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생활 속에서 무더운 날 갑자기 쏟아지는 소낙비처럼 시원함과 청량감뿐만 아니라 마음 따뜻함을 함께 전해주는 책을 만났다. 소설, 에세이, 논픽션, 그림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인생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모리사와 아키오의 ‘나쓰미의 반딧불이’다.

눈부시도록 푸른 산골 마을 작은 가게 ‘다케야’에서 설레는 하루하루가 시작되는 여름 한철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깊은 산골 외따로 서 있는 작고 허름한 가게 다케야. 그곳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야스 할머니와 아들 지장 할아버지. 싱고와 나쓰미는 사진 촬영지를 찾아다니다 우연히 발길이 닿은 다케야의 별채에서 여름을 지내기로 한다. 냇가에서 물고기도 잡고 반딧불이도 보고 아름다운 풍경들의 사진도 찍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냇가에서 놀면서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를 잡는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일본 곳곳을 여행하며 작가가 직접 체득한 방법들이라고 하니, 더욱 이야기가 풍요로워지는 것 같았다. 또 주인공 싱고가 사진작가 지망생이라 여름 산속의 시원한 풍경을 아름답고 세세히 묘사하여 마치 사진을 들여다보는 착각을 일으킨다.

이 책을 읽다가 지장 할아버지가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엄마의 말 덕분에 불편한 몸이지만 지금껏 살아올 수 있었던 힘이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나의 두 아들에게 내가 했던 말이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아이들이 부모를 더욱 사랑하고 배려해주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아이들에게 고백한 경험이 있다. 이 구절을 읽는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기쁨과 환희를 맛보았다. “인간은 무엇과 무엇을 비교할 때 늘 착각을 일으킨대. 그러니 자신을 타인과 비교해선 안 된다고”, “타인과 비교하면 내게 부족한 것만 보여 만족을 모른대”라는 말은 사진학과 친구들을 따라가지 못해 초조해하던 싱고에게 적절한 조언이었듯이 나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격려와 힘이 되는 말이었다. 천재불사 운게쓰의 “아무리 재주가 뛰어난 인간이라도 뭔가를 이루기 전에 포기하면 그 인간에겐 재능이 없었던 게 되지. 굳게 마음먹고 목숨이라도 걸 각오로 꿈을 이룰 때까지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녀석만 나중에 천재 소리 듣게 돼”라는 말에 이 마을과 자연을 테마로 졸업 작품에 최선을 다한 결과 최우수상을 받게 되는 싱고. 시간이 흘러 지장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장례식에 참석한 아들에게 싱고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할아버지의 사진과 ‘고마워’라는 세 단어의 사연을 전하였다.

이 소설은 한여름을 배경으로 사진작가 지망생 싱고가 여름 산속의 시원한 풍경과 착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아름답고 세세히 묘사하여 마치 사진을 들여다보는 착각을 일으키는 장면이 많다. 착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어느 계층이 읽어도 부담 없고 감동적인 휴머니즘으로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행복’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무더운 날씨로 몸과 마음이 지쳐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지만 주변을, 이웃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한 번 가져보자. 한 걸음 물러나서 ‘그런 나’를 한번 안아주고 토닥여 주자. 올 여름은 한결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정선경 태안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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