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대수술, 생사의 고비 이겨내고
소소한 일상·남다른 기억 책으로 엮어
“직장인이지만 미술열정 놓지않은 남편
어떤 누구보다 든든한 내편이자 동료”

부부의 사랑은 미완성이 완성이다. 인생을 함께 걷고 숱한 질곡의 세월을 마주하면서 서로를 인연으로 맺게 해 준 근원을 찾아나가는 여정은 결혼을 하면서야 시작되기 때문이다. 아내는 문학인, 남편은 미술가로 활동하는 송심순·고명성 씨를 7일 만났다.

송 씨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나이 오십 줄이 넘어서부터였다. 아직 두 권의 책밖에는 펴내지 못했으나 문학을 향한 신념과 열정은 그 누구보다 강하다. 특히 이번에 발간한 에세이 ‘어쩌면 좋아’(도서출판 이든북)는 그 의미가 두 사람 모두에게 남다르다. 아내 송 씨가 세 번의 대수술을 거쳐 생사의 고비를 넘어선 후 쓴 첫 책이기 때문이다. 평소 소소한 일상이라든지 남다른 기억들을 종종 수필로 기록한 것들을 모은 신간에는 ‘단발머리 가발’, ‘여자이고 싶다’, ‘콩고물 송편’, ‘살짜기 옵서예’를 주제로 48편의 일상사를 담았다. 특히 책의 표지엔 그의 평생의 후원자 남편의 작품 ‘흔적’이 실려 있다. 그림을 본 후 자신의 글의 감정들과 일맥상통하는 느낌을 받은 아내의 선택이었다. 송 씨는 “남편의 그림은 글이 아닌데도 무언가 가슴을 울리게 하는 게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독자들이 표지의 그림을 본 후 글을 읽으면 아무래도 감정에 더 깊숙이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반응이 좋아 만족스럽다”고 흡족해했다.

7일 대전 서구의 한 화실에서 송심순 작가(오른쪽)가 남편인 고명성 화가의 그림을 배경으로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준섭 기자

남편 역시 아내와 함께 아직 본업까진 아니지만 미술을 하고 있는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이 중 하나다. 건축사사무소 감리단장이지만 삶의 여유가 없는 틈바구니의 사회 속에서도 그는 미술에 대한 열정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그 덕분에 지난 2014년 대전미술대전에선 특선이라는 값진 결실도 얻었다. 고 씨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그림은 내게 삶을 더 의미 있게 해 주는 힘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일을 머릿속이 아닌 현실로 끌어내 직접 한다는 게 얼마나 좋을 일인가. 미술은 이제 내겐 취미생활을 넘어서는 활동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는 미술을, 남편은 문학에 문외한이라곤 하나 서로의 작품 활동에 있어 둘은 그 누구보다 든든한 동행을 하는 친구이자, 동료다. 가장 처음 작품을 보는 관객이자 독자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둘 모두의 작품은 그 가치를 나날이 한층 더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아내가 더 깊은 글을 쓰고자 충남대 평생교육원, 방송통신대를 다니며 늦깎이 수학(受學)을 할 때도 묵묵히 지켜봐주고, 남편이 그림을 그리면 제일 먼저 느낌을 물었을 때 아내가 가차 없는 직설을 할 수 있는 것도 이런 관심이 작품을 향한 발전의 동력이 되길 고대하는 부부 사이 말하지 않던 통함이 있어서 가능했다. 두 부부가 서로를 ‘영원한 후원자’, ‘자신의 흔적’으로 표현한 이유다.

늦게 시작한 만큼 두 사람의 작품 활동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아내는 토속적이며 서정적인 수필 작품을, 남편은 신현국 화백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으로 그림에 몰두한 것처럼 그의 직업인 건축을 접목한 미술의 새로운 기법을 가미한 깊이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적어도 두 사람의 평범하지만 뜨거운 사랑, 작품에 대한 서로의 날카로운 비평과 신념이 변하지 않는 한 그들의 꿈은 곧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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