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신장내분비센터 조충식 교수

35, 37, 38, 39.9, 40.3. 매일 바뀌는 숫자들을 뉴스에서 접한다. 한 낮 수은주의 상승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24년 전 기록을 뛰어넘는 역대급 폭염으로 35도 이상의 고온이 2일 이상 계속되면 발령되는 폭염경고가 지속되고 있다.

폭염에 노출되면 우리 몸에는 어떤 반응이 생길까? 요즘은 온열질환이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게 된다. 온열질환에 걸리면 어지럼증, 발열, 구토, 근육 경련, 갈증, 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바로 더윗병이다.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온열질환을 지속되는 폭염으로 우리 몸의 기(氣)가 손상되어 발생하는 서병(暑病)으로 인식한다. 무더위 속에 체온조절을 위해 필요한 땀이 나지 않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려서 나타나는 질환들로, 땀과 관련되어 있다.

온열질환은 고온의 날씨에 무리하게 외부 활동으로 발생하며 일사·열사병, 열실신, 열경련, 열탈진 등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열사병이나 일사병 등의 온열질환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뇌졸중 등의 심혈관질환 위험도도 높인다고 말한다. 기온이 상승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수분이 소실돼 혈액순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하된 면역력은 각종 질환의 발병률을 높이기도 한다. 실제로 여름철 무더위가 심하면, 사망률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화여대 예방의학교실 박혜숙 교수팀이 1991년부터 2002년까지 폭염이 사망률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 폭염이 발생한 해에 기온 임계점(인명피해가 나기 시작하는 기준 온도)인 29.2℃에서 1℃가 오를 때마다 사망률은 15.9%씩 증가했다.
온열질환을 피하고, 여름을 나는 현명한 방법은 피서, 즉 더위를 피하는 것이다. 무리한 육체활동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날씨가 너무 덥다보니 체온조절을 위해 땀을 많이 흘릴 수밖에 없으므로 충분한 수분섭취는 필수적이다.

힘겨운 여름나기에는 지혜와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무더운 날씨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더위를 피하고 버티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선, 야외활동이나 많은 땀을 흘릴 수 있는 육체노동이나 운동을 피해야 한다. 또한, 지친 몸에 보양식 등을 통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나치게 차고 시원한 음식을 먹는 것은 위장이나 내기를 떨어뜨려 설사나 배탈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공간에서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오래 쐬면 냉방병뿐만 아니라 소위 '개도 잘 걸리지 않는다는 여름감기'에 걸리게 된다. 겨울 감기와는 다르게 여름감기는 잘 낫지 않는다. 겨울에는 몸을 따뜻하게 하면 좋아지지만 여름감기는 무더운 날씨에 몸을 따뜻하게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외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기온으로 인해 흔히 말하는 더위를 먹게 된다. 더위를 먹으면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첫째로, 속이 메스껍고 어지럽거나 머리가 맑지 않고 아프다, 둘째로 온몸에 기운이 없어 무기력하다, 셋째 밥맛이 없거나 먹기 싫고 입이 마른다, 넷째 온몸에서 열감을 느낀다, 다섯째 다리에 힘이 없고 쉽게 피로해진다, 여섯째 쉽게 숨이 차고 손발이 화끈거린다, 일곱째 땀이 머리나 얼굴, 목줄기에서 줄줄 흐른다. 온열질환으로 발전하기 전에 더위를 먹었을 때 나타나는 공통적인 증상들을 한의학에서는 ‘주하병’이라고 한다.

노인이나 평소에 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더운 여름을 이겨내기 힘들며 더위에 지칠 수밖에 없다. 체질뿐만 아니라 계절적 요인까지 고려한 한의학의 도움을 받기를 권고한다. 갈수록 기가 허해지고, 수분, 전해질이 부족해 갈증과 피로까지 심해진다면 손상된 원기 회복을 돕고 진액을 보충하는 여름 보약도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한약으로는 생맥산, 청서익기탕 등이 있으며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 한의사의 적절한 진단 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뜸, 침, 부항 등의 한방 치료를 병행하면 여름철 면역력을 기를 수 있다.

건강한 여름나기를 충실히 했음에도 더위 먹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주하병’이라는 병으로 이해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무더운 여름 잔병치레로 면역력이 바닥나면 다가올 가을, 겨울도 그리 안심할 수는 없다. 폭염과 열대야가 더 심해지기 전 미리 더위병을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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