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파크 수질 결합잔류염소 과다
유행성 각결막염 환자 급증

#. 대전 유성구에 거주하는 박 모(37·여) 씨는 “물놀이 가자”는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지난 주 워터파크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모인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이날 이후 아이가 지속적인 눈 통증을 호소하고 이내 충혈 증상까지 보였다. 병원을 찾자 아이를 진료한 의사는 결막염을 진단하며 여름철 사람이 많은 물놀이 공간에선 결막염, 피부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매해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워터파크는 특히 성수기인 여름철에 피부질환 등의 위해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워터파크 수질 관련 위해사례는 36건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수질의 안전성 검증이 시급하다는 국민제안도 접수된 바 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캐리비안베이, 오션월드, 웅진플레이도시, 롯데워터파크 등을 대상으로 수질 안전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4곳 모두 현행 국내 수질 유지기준에는 적합했으나 미국·WHO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결합잔류염소의 유지기준(0.2㎎/L 이하)에는 부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합잔류염소는 소독제인 염소와 이용객의 땀·오줌, 기타 유기오염물이 결합해 형성되는 것으로 물 교체주기가 길고 이용자가 많을수록 수치가 높아져 눈·피부 통증이나 호흡기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에 유행성 각결막염으로 병원을 찾은 외래환자 수는 지난 6월 39명에서 7월 81명으로 한 달 새 107%나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월은 77%(22명), 7월은 131%(35명) 증가했다.

대전성모병원은 최근 유행성 각결막염 환자가 급증한 원인으로 폭염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주로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병되는 질환으로 증상이 심하고 전염성이 매우 강한 것이 특징이다. 잠복기는 5~7일이며 최소 2주간 타인에게 감염력이 있고, 심한 경우 본인에게 증상이 3~4주간 지속될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충혈, 눈꺼풀 부종, 눈곱, 눈물 흘림, 이물감, 소양감 등이 있다. 심하면 각막을 침범해 통증과 함께 눈 뜨는 것이 힘들어지고 시력 감퇴까지 올 수 있다.

조원경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여름철 눈병은 전염성이 강하므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물놀이를 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며 “예방을 위해 물안경을 착용하고 물놀이 후에는 반드시 깨끗한 물에 손과 얼굴을 씻어주고, 가렵더라도 눈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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