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아파트 단지의 정전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다수의 입주민이 동시에 냉방기기를 사용하는 등으로 전력이 집중하면서 이를 견디다 못한 노후 변압기가 고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정전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오래된 아파트의 정전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변압기 교체 등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동안 아파트 단지 내 정전사고가 총 91건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43건에 비해 두 배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신축 후 25년이 초과한 노후 아파트의 정전발생률이 15년 미만 아파트보다 무려 9.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 노후 아파트의 전기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폭염이 8월 중순 이후까지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기상청의 예보이고 보면 아파트 단지의 정전사고는 앞으로도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폭염이 이어질수록 에어컨 등 냉방기기의 사용이 늘어나 아파트 정전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노후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로선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15년 이상 된 노후 변압기를 사용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남지역의 아파트 중 15년 이상 된 노후 변압기를 사용하는 곳은 430개 단지로 집계되고 있다. 세대수로 보면 23만 가구가 넘는다. 더구나 20년 이상 된 변압기를 사용하고 있는 곳도 228단지 12만여 세대에 달하고 있다.

많은 아파트 세대 주민들이 정전의 위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아파트 노후 변압기 교체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세대당 3㎾ 이내 설치 후 15년이 경과된 변압기를 보유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통상 자재비의 약 50%, 총공사비의 30%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은 기대 이하라고 한다. 대전·세종·충남 지역 지원 실적을 보면 2015년 12개 단지 9980세대, 2016년 8개 단지 3877세대, 2017년 11개 단지 9767세대에 불과하며 올해도 12개 단지 8134세대만 변압기를 교체했을 뿐이다. 이같이 실적이 저조한 것은 입주민들이 비용부담을 느끼고 있어 쉽게 동의를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아파트 입주민들의 문제인 만큼 입주민들이 부담을 해 변압기를 교체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변압기 교체실적이 저조하다는 점에서 한전과 정부 당국도 보다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의 생활에 직격탄을 주는 정전사고 예방이라는 점에서 복지정책 차원으로 접근해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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