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노동·적은 월급에도 높은 경쟁률

'산전수전 다 겪은 우리한테 이런 일은 노동이랄 것도 없지'

예순을 넘긴 A(63) 씨는 대전의 한 대형마트에서 카트정리원으로 3년째 일하고 있다. 8년 전 정년퇴직한 그는 퇴직금으로 조그만 가게를 차렸지만 평생을 월급쟁이로 살던 터라 사업으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5년 만에 접어야 했다. 구인 사이트 등에서 일거리를 찾던 A 씨는 어렵사리 대형마트 카트정리원이 됐다.

하루에 8시간 근무한다는 A 씨는 “수십 년간 일해 온 것에 비하면 일 자체는 힘들진 않다”며 “오히려 월급도 적고 고객 응대도 어렵다보니 젊은 알바생들이 금방 나간다. 벌써 7년째 일하고 있는 실버 알바생도 있다'고 말했다. 동료인 B(61) 씨도 은퇴 후 주차관리를 하고 있다. 장시간 야외 근무에 150만 원이 채 안 되는 월급을 받는 그는 '요즘같이 더울 때 야외에서 오래 서 있다 보면 힘들고 지친다'면서도 '주차 안내나 고객 응대가 주 업무라 특별히 몸을 써야 하는 일이 없어 다른 업종에 비해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주차관리·카트정리 등 적은 월급과 고된 노동 때문에 젊은 사람들도 기피하는 아르바이트 직종에 퇴직한 '실버 알바생'들이 몰리고 있다. 아르바이트 전문사이트 '알바천국' 자료에 따르면 알바 자리를 구하기 위해 가입하는 40~60대 개인회원수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과 비교했을 때 40~50대 회원 가입자 수는 4배 가까이 늘어났고 60대 이상도 3배가량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50대 초중반에는 퇴사를 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직장 밖으로 등 떠밀린 중·장년층의 실업률이 점차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의 취업 경험이 있는 50대 실업자는 16만 명을 넘어 1999년 집계 이후 같은 분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50대의 고용 사정이 이처럼 악화된 것은 최근 연이은 산업 구조 조정의 여파로 중장년 취업자 비중이 높은 도·소매업과 요식업, 숙박업 등의 취업자가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높은 실업률을 증명하듯 실버 아르바이트 경쟁률도 상당하다. 대전의 한 대형마트는 전체 주차관리원 17명 중 5명이 40~60대다. 마트 관계자는 “지난달 한 분이 그만두는 바람에 구인광고를 냈는데 10명이 지원했다. 대부분 50~60대였다”고 귀띔했다. 실버 알바생을 뽑은 이유를 묻자 “안정감과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주차는 고객 서비스가 중요한데 고객들과 주차관리원의 나이가 비슷한 경우가 많아 고객들이 50~60대 직원들을 더욱 친숙하게 느낀다”며 “얼마 안 가 그만두는 젊은 사람들에 비해 안정적으로 근무하는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중·장년층 지원자가 많아지자 광고업계에서는 실버층을 노린 광고도 늘고 있다. 구인광고 업체관계자는 '패스트푸드점처럼 젊은 사람들도 기피하는 직종에 50~60대 실버층이 몰리자 아예 이 연령대만을 골라 선발하는 광고도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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