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에서만 처방 “싸구려 약 아니냐” 반발

고혈압 약에서 발암 가능물질이 검출돼 판매중지를 시행한 지 한 달 만에 추가로 국내에서 제조한 고혈압약 59개 품목에 대해 잠정 판매중지가 내려지면서 업계는 물론이고 소비자들이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1차 발표 이후 적잖은 혼란을 겪었던 소비자들은 이번에 또 약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닌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달 발사르탄 제조 원료 고혈압약을 처방받은 것을 알고 바로 약을 교환받은 권 모(59) 씨는 “딸이 홈페이지로 검색해 본 결과 최근 처방받은 약 일부에 발암물질이 포함됐다고 해서 바꿨는데 또 확인을 하라고 하더라”며 “바꾼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바꿔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약에 쓰이는 원료 허용단계에서 이걸 막았어야지, 이미 먹었는데 지금 바꾸면 지금까지 먹은 사람들에 대한 피해는 누가 보상해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비자들을 직접 응대하는 약국과 병의원들도 분통을 터뜨리긴 마찬가지다. 1차 판매 중지 발표 이후 판매한 약 교환이나 환불 등도 완벽히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판매중지 품목이 늘면서 또다시 문의가 빗발치고 있어서다.

대전 서구의 한 약국 관계자는 “직접 찾아오시는 분도 많지만 전화 문의가 많이 온다”며 “판매 중지 약을 처방받지 않은 분들도 약 성분에 대해 꼼꼼히 물어보며 처방약을 바꾸기도 하고, 고혈압약 때문에 업무에 지장을 많이 받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대학병원과 대형종합병원 등이 발 빠르게 ‘병원에선 해당 고혈압약을 처방한 적이 없다’고 대응하면서 동네 의원들이 환자들에게 어이없는 뭇매를 맞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지역의 한 의원 관계자는 “의원에 찾아와서 ‘싸구려 약을 처방한 것 아니냐’면서 ‘대학병원 가야지 이러니까 동네의원을 안 오려고 하는 거’라고 화를 내고 가신 분도 있었다”며 “효과가 검증된 약을 처방했는데 의사가 잘못 처방한 걸로 아시는 분들이 있어 답답하기도 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의사협회와 약사회 등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의료기관으로 전가되고 있는 후속조치에 대해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는 의료기관에 후속조치를 일방 전가하고 있다”며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과연 어떤 약을 믿고 처방을 해야 할지에 대한 일선 의료기관의 혼란이 야기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이 없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밝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사회 역시 “연이은 발사르탄 고혈압치료제 사태는 의약품의 안전성을 무시한 무분별한 규제 완화정책으로 인한 제네릭(복제약) 정책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약사들도 성분을 알고 판매할 수 있도록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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