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기계 냉매가스까지 데워 얼음 공급 더뎌
곳곳에서 얼음 품귀현상…수산물시장도 울상

입추(立秋)를 지나 계절은 가을의 문턱을 넘어가고 있지만 불볕·찜통더위의 기세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얼음공장을 녹여버릴 정도의 폭염이다. 얼음공장의 경우 여름이 대목이지만 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 탓에 얼음을 생산하는 기계까지 과열시켜 얼음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얼음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위가 반가워야 할 얼음공장이 여름철 매출 특수는 고사하고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전의 한 얼음공장에선 매일 최대 생산량인 50톤의 얼음을 출하하고 있다. 영하 11~12도의 온도에서 직육면체 틀에 생수를 넣고 이틀에 걸쳐 냉각시키면 130㎏짜리 관빙 12개가 한 번에 출하된다. 이런 식으로 매일 380개의 관빙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얼음은 대전·세종·충남 뿐만 아니라 멀리 대구까지 공급된다. 최악의 폭염이 시작된 지난달 중순부터 얼음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이 얼음공장은 기계를 쉴새 없이 돌리고 있지만 최근 ‘복병’을 만났다. 최악의 폭염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기계가 과열돼 얼음 생산에 차질이 생긴 거다.

얼음을 생산하는 기계가 과열되면 냉매가스가 순환하면서 기계를 식혀줘야 하지만 뜨거운 더위가 냉매가스까지 데워 생산 시간이 크만큼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얼음공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주문량이 늘어도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거다.

공장장 A 씨는 “지난해 여름과 비교해 더위가 더 심해지면서 주문량이 3배 가까이 늘었지만 생산되는 얼음은 한정돼 제작이 느려지다 보니 매출은 거의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최악의 무더위로 얼음정수기, 에어컨 등 냉방용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에 비해 여름철 특수로 여겨지는 얼음 판매가 발목을 잡혔다는 얘기다.

이처럼 더워도 너무 더운 폭염이 얼음공장의 제작 공정마저 얼려버리면서 곳곳에서 얼음 품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대전 서구의 한 편의점에서는 얼음컵 일반 판매를 중단했다. 팩 음료나 커피를 구매하는 고객에 대해서만 얼음컵을 제공하기로 한 거다.

편의점 점주 B 씨는 “폭염이다 보니 얼음컵만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늘었는데 원래 이 얼음컵은 팩 음료나 커피 제품에 딸려 가는 것이다. 평상시 같으면 얼음컵 구매 고객의 편의를 봐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얼음이 귀해 그렇게 못 한다”고 설명했다.

신선도 유지가 생명인 수산물 시장에서도 얼음 수급이 큰 골칫거리로 자리 잡았다. 얼음이 빨리 녹아 필요량이 더 많아졌는데 공급량은 제자리 걸음이어서 구매에 애를 먹고 있다.

대전의 한 수산물 시장 상인 C 씨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다보니 열기가 쌓였는지 얼음 녹는 속도가 평소 대비 2배나 빨라진 것 같다”며 “매대에 팔아야 할 생선이 많다보니 그만큼 얼음 수요도 늘었다. 요즘은 얼음 구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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