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홍보협력팀 서두섭

임진왜란 때 문신 이정암은 황해도 연안성에서 의병을 모아 왜병 3000명에 맞서 싸워 이겼다. 상대는 무패의 왜장 구로다였다. 조정은 연안성이 포위됐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위태로움을 근심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승전보고서가 조정에 전달됐다. 장계의 글귀는 간결했다. ‘적이 아무 날에 성을 포위한 것을 풀고 물러갔나이다’. 그런데, 난생 처음으로 한줄 장계를 접한 선조와 대신들은 너무 내용이 간결하다보니 당혹스럽고 조금은 난감한 생각마저 들었다. 얼마 후에 다른 경로를 통해 연안성 전투의 자세한 내막이 알려졌다. 3배가 넘는 왜군과 맞서 몇날 몇일을 버텼고, 결국 그들을 격퇴하는 빛나는 전과를 세웠다는 사실이 전해진 것이다. 선조와 조정의 많은 대신들은 그제서야 이정암의 겸손함을 깨닫고서 이구동성으로 칭찬하였다. 적을 물리치는 것은 쉬우나 공을 자랑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어려운 일이다. 그는 후에 황해도 연안의 현충사에 제향되고 좌의정에 추증되었다. 모든 사물은 저마다의 냄새를 가졌다. 나무는 나무냄새, 풀은 풀냄새, 사람은 사람냄새... 물론 나무의 종류(대나무, 소나무 등)에 따라 풍기는 냄새가 다양하다. 사람의 냄새도 다르다. 체질적인 것뿐 아니라 몸에 지닌 물건으로 인해서도 그렇다. 예를 들어 사과를 지니고 있으면 사과냄새가 나고, 모과를 지녔으면 모과냄새가 강하게 풍기기 마련이다.인격에서 풍겨져 나오는 냄새는 더욱 확연히 구별된다. 야비하고 악덕(惡德)을 지닌 사람이라면 추한 냄새가 날 것이고, 아름다운 선덕(善德)을 지닌 사람이라면 고상하고 품위있는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그의 고상하고 향기로움은 의도하지 않아도 넓고 깊게 퍼져 대중이 공유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넓은 배려와 높은 인격, 뛰어난 견해는 굳이 자랑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와 같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자랑하지도 않는다. 자연히 알려지기 때문이다(有麝自然香, 何必當風立 - 사향을 지녔으면 저절로 향기로운데, 어찌 반드시 바람이 불어야만 향기가 나겠는가).인터넷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홍보수단이 발달하면서 자기를 알리고 각인시키기 위한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자기 PR의 시대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에 즈음하여 자기 PR과 홍보수단은 더욱 넘쳐난다. 말과 글도 넘쳐난다.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명확해지는 것은 있다. 그들의 말과 행동(혹은 정치활동)에 대중이 많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오래된 사실이자, 또한 모두가 알고 있는 진리가 돼 버렸다. 신뢰할 만한 향기가 자연스럽게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지는 않을까?. 그대 몸에서 훌륭한 냄새가 나게 하라. 평화와 사랑의 냄새가 나게 하고 신뢰와 믿음의 향기가 풍기게 하라. 그 모든 것들이 그대의 냄새로 굳어지게 하라. 자연스럽게! 서 두섭(전 대전매일 기자, 대덕특구지원본부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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