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철 박사(배재대학교 산학기획/창업/LINC+ 팀장)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는 우리나라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사계절은 지구 공전의 결과이고 지구의 중위도지역에서 나타나는 자연현상이다. 대개 봄은 3~5월, 여름은 6~8월, 가을은 9~11월, 겨울은 12~2월로 구분한다. 계절별로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성장해 열매를 맺는다. 가을엔 성숙해진 열매를 수확하며 겨울에는 농한기의 새봄을 준비한다. 하지만 올해는 계절별 특성이 극렬히 발현돼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10일쯤 장마가 끝나고 30도를 넘어선 기온은 한 달째 계속되면서 110년 만의 폭염기록을 갈아치우며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강력한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으로 태풍도 쉽사리 접근하지 못해 여름가뭄이 극심해졌고 갈라진 논바닥을 바라보는 농심도 타들어간다. 벌써부터 채소, 과일가격이 들썩이고 있어 서민들의 경제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가뭄에 단비는 언제쯤 내릴까.

얼마 전 삼성이 3년간 180조를 투자해 4만 명을 채용하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는 기사를 봤다. 국내에 130조를 투입하고 AI, 5G 등 신 성장산업에 집중하겠다는 내용이었는데 직접 채용 외에도 70만 개의 고용유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직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다. 이처럼 정부도, 기업도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라는 희망의 꽃을 피우기 위해 뜨거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불태우고 있다.

뜨거운 날씨 속에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바로 ‘배롱나무’ , 한자로는 자미화(紫薇化)다. 뜨거운 여름햇살과 태풍을 묵묵히 견뎌내고 무려 석 달 열흘 동안 꽃을 피워 ‘목 백일홍’이라고도 한다. 이 나무는 줄기를 긁으면 잎이 흔들린다 해서 ‘간지럼나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특이한 점은 매년 껍질을 벗는다는 것이다. 막 껍질을 벗은 목대는 밝은 색깔을 띠고 껍질을 벗은 지 오래된 부분은 짙은 색으로 변해 있어 얼룩거리는 수피가 부드럽고 멋스럽다. 예로부터 이 나무는 사찰이나 선비들의 공간에 많이 심어 왔는데 나무는 탈피(脫皮)를 통해 인간이 오욕칠정(五慾七情)에서 벗어나 새로워진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인간의 삶을 닮은 나무다.

배재대 교정에는 몇 그루의 배롱나무가 있다. 특히 구내식당 입구에 있는 나무는 수형이 아름답거나 관리가 잘 돼있지는 않지만 건물 한 모퉁이 척박한 토양에서 11년 째 꽃을 피우고 있다. 점심시간 더위와 허기에 지친 교직원들을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응원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응원에 힘입어서일까. 배재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이번에 시행한 청년 TLO양성사업에 선정돼 3년 동안 120명의 이공계 인재를 취업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시련이 없으면 성장도 결실도 없다. 뜨거운 시련의 여름을 잘 견뎌내면 반드시 풍요로운 결실의 가을이 온다. 여름에 피는 꽃도, 바라보는 사람도,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결실의 가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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