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요리의 모든 것을 파헤치다 1편

지중해의 축복

그리스 과일은 저렴한 가격도 가격이지만 그 엄청난 사이즈와 달콤함은 신선함과 합체하며 이대로 과일만 먹다 죽어도 좋다까지 끌고 간다. ‘과일이란 이래야한다는 모범을 보여주는 곳이 그리스다. 그러나 과일만 먹다 죽는 건 그리스에서 큰 실수하는 것이다. 과일뿐만 아니라 야채도 마찬가지로 훌륭했다. 그 흔한 토마토는 크기는 작지만 밭에서 충분히 익혀서 따온다고 한다. 찰지고 달콤하다. 토마토는 파랄 때 따서 후에 숙성하는 줄로 알았던 나에게 그리스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생기게 했다. 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평생 토마토를 먹고 자란 사람이었다. 그래서 토마토 맛 좀 아는 사람 축에 든다고나 할까.

그리스 요리는 그랬다. 조리라기보단 그저 살짝 간을 하는 정도였다. 간을 하고 굽고, 간을 하고 찌고, 간을 하고 섞어놓으면 그리스 요리였다. 그렇게 단순한 요리가 얼마나 향기로운지 그리스 여행의 백미는 저렴한 타베르나(마을식당)에서 마기렙따(가정식 요리)를 먹는 것으로 충분할 지경이었다.

요리 주재료는 대자연의 산물이었고 여기에 올리브유, 소금, 오레가노 정도면 풍성한 한상이 됐다. 그중에 몇 가지씩을 담아보도록 하겠다. 사실 순서는 내가 좋아하는 순이었다.

그리스식 샐러드호리아티키

앙팡지게 살찐, 그러나 질기지 않은 토마토에 양파와 오이를 각얼음만 하게 잘라서 넣고 산양젖으로 만든 페타치즈 한 덩어리를 두부 한 조각처럼 올린다. 그리고 올리브열매를 부어 준다. 한국에서는 가니쉬처럼 몇 알 주지만 그리스는 양으로는 섭섭하지 않게 준다.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고 하는 올리브는 우리나라로 치면 김치였다. 가끔은 빵을 잘게 썰어 그루통처럼 구워서 올려주기도 한다. 이렇게 배달이 되면 페타치즈를 조각을 내거나 순두부처럼 만든다. 나는 페타치즈가 아무리 먹어도 맛이 없어서 형태를 없애고 먹었다. 그렇게 페타치즈를 으스러뜨렸으면 이제 초록빛 자태고운 올리브유를 세 바퀴 돌린다. 그리고나서 다시 열 바퀴 돌린다. 바로 말아먹는다는 표현이 여기서 왔다. 약간의 소금과 약간의 식초를 넣어 알싸하게 섞으면 그릭샐러드 완성이다.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한 샐러드는 마지막이 중요하다. 그 흥건한 올리브기름은 갖은 야채를 안아 감고 돌다가 그 맛이 다채로워질 때 바닥에 고인다. 그 액기스에 갓 구운 빵을 찍어먹으면 ~ 그리스 잘왔다소리가 절로 나온다. 한 가지 주의 할 점은 양파였다. 왠지 그리스 채소는 모두 향긋할 것 같아 한 잎 크게 물면 독하기 그지없다. 그리스 양파도 양파였다. 눈물을 쏙 빼지 말고 안 먹는 게 좋다.

흐타뽀디 프시또, 그릴드 옥토푸스

바다로 감싸인 그리스에서 해산물이 빠질 순 없다. 쑥쑥 잘 자란 문어의 다리 두 개 정도가 나오는 요리였다. 요리법은 별거 없었다. 그저 소금 조금 뿌리고 구워낸 것 뿐이다. 한국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자태여서 구태여 시킨 필요가 없다고 여겼었지만 어느 날 나는 이제야 시킨 것을 후회했다. 산토리니 포도(키포스)라는 이름의 식당에서 검정 돌 위에 구워져 나온 문어는 일단 자태가 기가 막혔다. 썰어보니 육즙이 아직도 베어 나왔다. 그리고는 붉은색 베리를 갈아서 만든 소스에 깊게 찍어 입에 넣었다. 그랬더니 달콤 상큼 쫄깃쫄깃 뒤에 고소함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해산물은 비린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어떻게 회 같은 신선함을 입고 알 소금을 표면에 달고 구워져서 겉은 쫄깃쫄깃, 안은 보들한 문어가 되었는가?

신기해서 그 이후 키포스(포도)식당의 마니아가 돼 찾아가면 시키지도 않았는데 문어를 물어보는 공식 문어부인이 됐다. 지금도 그 맛을 잊지 못해 문어모양 과자만 봐도 그리스가 생각난다. 나중에 알았지만 식감을 위해 한번 강한 빛에 말렸다가 굽는다고했다. 그럼에도 느껴지는 그 바다품은 청량감은 연구거리였다.

글·사진=김기옥 님(협동조합 사유담(史遊談))

정리=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