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시한 연말로 못 박아 ··· 대신 "불교 개혁하겠다" 선언

설정 스님, 총무원장 즉각사퇴 거부 ··· 불교계 '혼돈 속으로'

설정 스님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으로 인한 사퇴 압박에 대해 사퇴 시한을 연말로 못 박고 대신 즉각적인 퇴진은 거부했다.

  설정 스님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떤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을 마련하고 2018년 12월 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며 "종단 안정을 위해 스스로 사퇴하고자 했으나, 기득권 세력에 의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견제되고 조정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사퇴만이 종단을 위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설정 스님은 사퇴 기한을 연말로 못 박은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종권에 연연하지 않고, 일종의 배수진을 친 것"이라며 "그동안 많은 스님과 불교 단체들이 많은 주장을 했는데, 그분들이 나름대로 생각한 바를 불교 개혁으로 엮어내려고 한다"고 답했다. 즉, 불교 개혁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한 뒤 명예롭게 물러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설정 스님은 그간 오는 16일 이전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내용이 불교계 안팎에 널리 알려졌으나 그 자신이 직접 이에 대해 밝힌 바는 없다.
  그리고 이날, 전망과 달리 설정 스님이 즉각적인 사퇴를 거부함에 따라, 조계종 사태는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한편, MBC 'PD수첩'은 지난 5월 1일자 방송과 5월 29일자 방송 등 두 차례에 걸쳐 설정 스님의 은처자 의혹과 도박 의혹, 집단폭행 의혹 등을 집중 보도한 바 있다.

  김재명 기자 lapa8@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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