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전 세계인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던 러시아 월드컵이 프랑스의 우승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초반부터 우승 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하는 이변이 속출했다. 지난 월드컵 우승국 독일, 준우승 아르헨티나에 이어 ‘무적함대’ 스페인마저 16강에서 무너졌다. 21세기 최고의 축구선수들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맹활약한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도 16강에 머물러야 했다.

반면 프랑스는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우승컵을 안았다. 결국 성공적인 세대교체로 체력과 집중력에서 앞선 프랑스가 FIFA컵의 주인공이 됐다. 미리미리 준비한 프랑스는 성공가도를, 준비를 게을리 한 우승후보들은 줄줄이 수모를 겪어야 했다. 세대교체라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힘이 성패를 갈랐다

우여곡절 끝에 유성룡의 천거로 전라 좌수사가 된 이숭신 장군은 부임하자마자 군사들을 다잡고 무기와 배를 만들었다. 1591년 2월에 부임해 임진왜란이 발발하기까지 14개월 동안 거북선 3척을 건조하는 등 왜적의 침략에 철저하게 대비했다.

거북선은 이순신 장군의 두 번째 해전이었던 사천 해전에서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됐고 왜선 13여 척을 순식간에 가라앉혔다. 옥포에서의 첫 승리를 시작으로 왜선 20여 척을 물리친 당포 해전, 60여 척을 격파한 당항포 해전, 70여 척을 물리친 한산도 대첩, 왜군을 기습하여 470척 중 100여 척의 배를 부순 부산포 해전 등 왜군들은 이제 이순신의 이름만 들어도 전의를 상실할 정도였다.

예로부터 우환에 대비해 미리 준비하면 나중에 걱정할 일이 없다고 했다. 춘추시대에 진(晉)나라 사마 위강(司馬 魏絳)은 ‘평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 생각하면 준비해야 할 것이고, 준비하면 걱정할 것이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백제문화가 코앞이다.

하지만 공주보의 수문이 전면 개방되면서 금강 수위가 크게 낮아져 가을밤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금강수변의 야경 프로그램이 차질을 빚고 있다. 500여척의 황포돛배와 수백 개의 유등을 금강에 띄우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야경 하나만으로도 관광객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백제문화제가 최대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매년 200만에 육박하던 관광객과 1000억 원에 가까운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반 토막 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축제의 성공을 위해서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이자 관광도시인 공주의 위상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도 금강의 물줄기는 필수적이다. 더구나 관광객들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져 더 나은 프로그램으로 대체해야하는 마당이다. 따라서 물 없는 금강을 상상할 수조차 없게 됐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사정이 크게 달라져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공주보 개방 탓이다. 지난 5월의 석장리 세계구석기축제도 애를 먹어야 했다.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문제다.

사정이 이 지경인데 지역의 정치인들은 뒷짐만 지고 있다. 강 건너 불구경이다. 이미 예견됐던 일인데도 누구하나 정부부처를 찾아가 지역의 정서를 하소연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축제의 성공을 위해 휴가도 반납한 채 비지땀을 흘리는 공직자들과 지역경제를 걱정하는 시민들만 발을 동동 구를 뿐이다. 시민들의 걱정을 생각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고도 그들이 지역의 발전을 위하고, 시민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직 나라와 국민의 안녕을 걱정했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유비무환 정신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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